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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Dec 27. 2023

#12 프랑스인은 불친절하다는 편견

파리 여행 짧은 글 3편 

파리 3일 차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영국 돌아가기 싫다 시전. 

프랑스 반만 닮아라. 

화장실도 영국에 비해 훨씬 눈에 띈다. 영국은 큰 매장 들어가도 화장실 사인이 잘 안 보였다. 

집이 한국이든 영국이든 돌아가기 싫은 건 똑같구나. 



샹송 

프랑스 도착해서 내내 샹송을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난 샹송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대학 때 샹송 수업을 두 학기나 들었다. 남들은 한 학기도 잘 듣지 않는, 평균 수강생이 나 포함 두 명이나 세명인데도 교수님이 폐강하지 않으신, 그 수업에서 같이 부른 노래들은 들으며 파리 시내를 걸으니 기분이 남달랐다. 




지하철 

파리 전철은 만원 상태면 삐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더 이상 못 타게 막는다. 무작정 사람 밀고 들어오는 서울 지하철이 바로 도입해야 한다. 



달팽이

나 때문에 달팽이 14마리가 죽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해져서 달팽이를 위한 기도라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동안 내가 잡아먹은 소는 몇 마리일까. 멸치 반찬 한 번이면 50마리는 족히 되지 않을까. 



나만의 여행 

잠을 못 잤거나, 배고프거나, 아프거나, 그 밖의 다양한 짜증 유발 요소가 있다면 더 이상 도시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게 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휴식이다. 이거 극기훈련 아니고 여행이다. 강제로 걸어야 하는 수련회 아니고 자유로운 나만의 여행이다.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편하고 싶은 만큼 편해도 된다. 그게 혼자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소원 

반짝이는 에펠탑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보름달, 촛불, 에펠탑 등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면 소원이 빌고 싶나 보다. 



여행의 끝

'아, 만약에 내가 지금 여행의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 진짜 싫겠다' 생각했는데 영국으로 돌아가니 새삼 다행이다. 



내 심장 

쫄보도 안 무섭다고 후기를 여러 번 찾아보고 믿고 탔는데 심장 떨어지고 무서워서 토할 뻔했다. 어쩐지 5살 정도는 타는 거 같았다. 4살도 탔어야 한다. 



여행 마지막날 밤 

여행 마지막날 밤은 왠지 모르게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컨디션과 날씨 난조로 겨우 4시에 디즈니랜드에서 집에 도착해 버리고 속상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컨디션으로 다음날 런던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기에 아무렴 어때 디즈니랜드는 도쿄에도 있다며 애써 다독였다. 


고양이가 갑자기 테이블에 올라와서 내가 너무 움찔하자 고양이가 더 놀라 황급히 내려가서 "내가 미안해..."라고도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프랑스 노래 경연 프로를 보는데 아는 노래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오늘은 도저히 저녁에 야경 보러 나올 컨디션이 될 것 같지 않아 젖 먹던 힘 짜내어 들린 숙소 옆 마켓에서 사 온 즉석식품 빠에야가 기대보다 맛있어서 만족하기도 하고 첫째 날 밤 아무거나 운에 맡기며 고른 맥주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피곤 

피곤할수록 잘못 탄다. 

잘못 타면 더 피곤하다. 

그래서 물어보고 탄 건데 억울하다. 



프랑스인은 불친절하다는 편견 

5일 동안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고 정말 이걸 내가 왜 괜히 걱정했을까 후회스러웠다. 현지인이 말하기론 프랑스인들이 불친절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건 관광객들이 내가 인사해도 인사를 안 하니 너네가 예의 없으면 자기들도 예의 없겠다는 거라고 했다. 너무 공감한다. 들어가는 모든 레스토랑, 상점, 슈퍼마켓에서 직원들이 먼저 내게 봉쥬르나 봉수와(저녁 인사)를 했고 나도 늘 똑같이 했으며 메르씨는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에 봉쥬르와 메르씨를 합쳐서 50번씩 하고 다닌 것 같다. 과연 내가 특별히 운이 좋아서 프랑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고 느낀 걸까.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이해도 된다. 식당에서 직원이 메뉴판이나 물, 음식을 가져다줄 때 "감사합니다"는 해도 "어서 오세요"에 "네, 안녕하세요"라고 하진 않기 때문이다. "헬로우", "봉쥬르"에 비해 "안녕하세요"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주고받기에 너무 정중하고 음절이 길지 않나 문득 생각도 해본다. 



성공한 셈 

4박 5일 파리 일정 중 첫날은 파리 도착 후 에펠탑 야경 구경, 둘째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나 알차게 보냈으나 삼일차부터 마지막 날까지는 거의 오전 관광 밖에 못 했다. 이럴 거면 그냥 2박 3일 일정을 짜서 돈을 아낄 걸 싶었다. 계획의 1/3 정도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은 에펠탑 야경 보기, 에펠탑에서 사진 찍기, 루브르 야경 보기, 샹젤리제 거리에서 샹젤리제 노래 부르며 걷기였고 이를 모두 이뤘으니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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