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계획
오전 : '혼자'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기
12시 : 앨범이 무사히 발매되었는지 확인하기
오후 : 사진사 아저씨랑 사진 출사
저녁 : 서울 돌아오기
밤 : 혼자 집에 누워있기 & 브런치 글쓰기
와 너무 재밌겠다 하하하하 영국인 친구랑 펍 가고 싶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
동생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토익 스피킹 보러 간다고 했다. "그거 만점 받았었는데 진작 말하지."라고 했더니 그제야 현관문 앞에서 팁 있냐고 물었다. 동생도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하기 때문에, 이력서용으로 보는 것이란 걸 나도 안다. 그래도 아쉬웠다.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중학생 검정고시 영어 지도도, 원래 일주일에 1번 수업이었는데 3번 갔었다. 학생이 갑자기 늘어난 수업 시수에 투덜대면서도 수업에 와주긴 와줬다. 그래서 오는 것만으로 고마웠다. 아무리 선생님들은 내가 더 와준다는 것에 고마워도, 학생이 안 온다고 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들을 더 찾고 있다. 봉사 활동 사이트를 매일 확인해서, 원래 봉사하던 학교가 휴가인 다음 주에는 다른 곳에 일일 봉사하러 간다. 그런 기회가 맺어지는 것도 당연하지 않고 감사하다.
영국 발음
경상도 사람이 노래한다고 노래에 사투리가 배는 것이 아닌데, 영국인은 영국 발음이 묻어나는 게 신기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사투리는 억양이다. 말에 성조가 생기는 거다. 그러니 중국어로 노래할 때 성조가 삭제되는 것처럼, 사투리 억양도 안 들린다.
그런데 영국 발음은 단어의 발음 자체가 달라진다. 'better'의 '베러'가 '베터'로 발음되는 식이다. 지금 나는 노래에서조차도 미국 발음을 최대한 안 쓰고 싶달까. 다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불러온 인어공주를 부를 때는 미국 발음이 그대로 드러나게 둔다. 이건 서울 올라와서 표준어를 쓰게 된 경상도 사람도, 동창 만나서 얘기하면 사투리가 그대로 나오는 것과 같다. 그 노래는 이미 천 번 이상 불러왔기 때문에, 애써 영국 발음으로 바꿔 부르지도 못하고, 그렇게 노력하면 이상하다.
과거와 현재
영국에서 '한국에 있을 때' 얘기를 한 기억이 잘 없다. 영국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2023년 내내 나를 매우 괴롭혔던 문제가 있었다. 더 이상 그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고, 현재가 행복하니 생각나지 않았다.
과거의 일이 계속 생각나고 말하게 되는 건 뇌가 현재 상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가 잘 돌아가고 있으면 굳이 과거를 말할 일이 없다. 행복한 현재와 앞으로 더 희망적인 미래를 말하지, 아픈 과거를 생각할 틈이 없다.
올해 내내 나의 뇌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ADHD에 대해서 매일 이야기하게 되는 건, 결국 현재 고통스럽고, 다른 사람들은 약 먹으면 바로 신세계를 맛본다는데 나는 맞는 약도 없고, 나를 살리기 위해 별짓 다해봐도 참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나만의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현재를 바꾸려고 발버둥을 치든, 무력감에 누워있든, 종종 즐거운 이벤트도 만들며 현재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