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리들에 빠진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저거야'라고 귀여운 시각화가 되기 때문이다. 글이 아니라 오리들로부터 연애를 배운다. 벌써 공식 SNS에 있는 200개가 넘는 영상을 다 본 것은 물론, 똑같은 영상을 열댓 번씩 본 것도 많다. 이름은 쿽과 롤라다.
누가 보면 '저건 비현실적이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난 시작부터 정확히 저런 연애가 아니면 앞으로도 누구를 한두 달만 좋아하고 확 싫어지는 데에 그칠 것 같다. 이미 작년부터 "연애하면 집에 거의 안 들어올 것이다!! 이제 난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해야 할 거 같다"라고 선언해 놨는데, 연애를 못 했다.
쿽이 대충 컵라면 먹으려는 모습을 보면, 말다툼을 한 이후라 해도 롤라가 틱틱대며 음식을 챙겨준다. 나도 유학하면서조차도 컵라면 한 번 안 먹고 최소한 냄비에 끓여 먹기 때문에 챙겨줄 거 같다. 쿽이 거미 보고 훠이훠이 막 커튼에도 기어올라갔는데 롤라가 아무렇지 않게 잡는 모습을 보고, 나도 영국에서 벌레를 잘 잡던 모습이 떠올랐다.
롤라가 여자다 보니 머리카락이 계속 빠져서 쿽이 머리카락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장면에서도, 롤라가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해서 쿽이 놀라서 피부가 다 데어버린 장면에서도, 나도 그럴 거 같다는 생각에 웃게 되었다.
침대에 자리가 많은데도 굳이굳이 롤라가 쿽이 있는데로 낑겨 들어간다거나, 쿽의 옷을 롤라가 그냥 막 입는다거나 하는 건 안 겪어서 봐서 모르겠다. 나도 알고 싶다.
특히 롤라가 하와이 여행이 몇 천달러 하는 걸 보고 흐잉.. 하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본 쿽이, 롤라를 위해 하와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장소에 음식들을 차려둔 것을 보고 롤라가 쿽을 꽉 껴안는 장면은 열댓번 돌려본 영상 중 하나다. 나도 연애에 있어서 여행을 하는 게, 어딜 가는 게 정말 하나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스킨십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게 그냥 전부다. 한국은, 누굴 만났을 때와 헤어질 때 포옹하는 문화가 없다. 친구가 당장 나를 좀 안아줬으면 좋겠어서 영국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매일 계속 보게 된다. 내가 그리는, 앞으로 꼭 만날 인생은 저 모습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