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
'너의 예술이 너를 살아남게 해 줬다면, 너는 이미 성공한 예술가다.'라는 말이 참 좋다. 고등학생 때의 내가 보기에, 지금 나는 너무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좀처럼 만족을 못 느낀다. 욕심이다. 지금까지 살아남기도 어려웠다.
ADHD인과 다이어트
ADHD인이 뭔가를 한다고 하면, 실행 기능이 부족해서 계속 미루거나, 아니면 거기에 갑자기 꽂혀서 엄청난 능률을 보일 수 있다. 사실 난 주로 후자다. 다이어트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속도로 뺄 생각이 아니었는데, 살이 휙휙 빠진다. 엄마가 1kg 빼면 5만 원 준다고 해서 그렇다. 즉각 보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았다.
죄송
"Sorry"에 비해 "죄송합니다"는 너무 길고 무겁다. "죄송"이면 딱 "Sorry"처럼 짧고 얼마나 좋겠나. 나도 영국 갔다 오기 전에는, 그 정도로 길거리에서 사과하고 산 거 같지 않다. 특히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상대방을 조금 놀라게 했다는 이유로 사과하는 한국인은 절대 없다. 그런데 나는 이제 한국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뇌를 안 거치고 "Sorry"가 튀어나올 때는 있는 그대로 하고, 아닐 때는 "죄송합니다" 대신 "재삼다"라고 하면 될 거 같다.
매력이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드라마 선덕여왕 클립이 떠서 봤다. 미실과 비담이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미실은 비담에게 "사람이 목표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매력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비담은 그 사람을 통해서 삼한일통이라는 원대한 꿈을 꾼다면 그 정도면 되겠냐고 했다.
이거 난데.
사람을 목표로 한 것은 맞지만, 나도 커리어의 한 장을 썼다. '나는 솔직한 마음을 노래하는 사람이에요'라는 걸 상품으로 팔고 다녔다. 내가 내 마음을 이용한 셈이 될 수도 있다. 사람 한 명만 쳐다보며 매달렸던 나는 작년의 나고, 올해의 나는 달랐다. 그걸 연료로 썼다.
내 인생이다
구준엽 서희원 님 영상에, 구준엽 님은 그 3년으로 30년을 살겠다는 댓글을 봤다. 나도 그 두 달로 2년을 살고 있어서 알겠다. 이건 아무나 겪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결과라 생각한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걸, 대체 나만 아는 건가. 아니면, 내가 인생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때 취직해야 해, 결혼해야 해, 출산해야 해'에 목매인 한국인들이어서 그렇다. 그래, 나는 절대 출산 생각이 없고, 그러니 결혼을 내년에 하든 40살에 하든 상관 없으니 여유가 넘치는 셈이라 치자.
10대, 20대 초반도 아니고 20대 후반인 내가 미련해 보이니 자꾸 조언을 해댄 거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사람을 잊겠다고 소개팅을 다닌 그 시기의 내가 제일 나약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예전엔 사람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는데, 그건 내가 너무 아프고 슬프니 위로 좀 해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위로 좀 해줘'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모든 한국인들은 조언이나 비난을 했다. 이젠 위로가 필요 없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놓을 때는, 내가 나를 더 사랑하기에 더 이상 스스로를 해칠 수 없어서다. 그 위기도 매우 겪어봤다. 이젠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니 상황이 달라졌다. 그 두 달로 몇 년이고 살 수 있다. 내 인생이다. 애초에 예술가의 인생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만인을 만족시킬 주제
명색이 뮤지션의 브런치인데 문득 음악 얘기가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당장 나부터도 누가 음악 얘기랑 짝사랑 얘기 중에 뭐 듣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어떨까. 당연히 짝사랑이다. "선생님 첫사랑 얘기해주세요."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