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

by 이가연

'나는 왜 이렇게 짜증과 화가 많이 날까.'라는 생각이 자주 침습한다. 그런데 그게 건강한 거다.


"올포트는 건강한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긴장 감소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긴장을 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새로운 감동과 도전으로 끊임없이 여러 가지 다양한 욕구를 가진다. 그들은 판에 박힌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그들은 위험과 모험에 처해 보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기도 한다. 이 모든 활동은 긴장을 자아낸다."


"건강한 사람은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특별한 목표를 가진 그 비전은 성격을 통합하고 그 사람을 높은 긴장 수준에 이르게 한다."


나는 '다양한 음식을 차려 먹고 싶은 사람은, 그만큼 다채로운 음식물 쓰레기도 나온다...'라는 비유를 사용하곤 한다.


'한국인 징글징글하다'라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으니 짜증도 많이 나고, 감정 표현이 격하다. 아무 노력도 안 하는 사람들은, 그런 감정도 안 느끼고 스트레스도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나를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나처럼 일단 상대에게 말을 뱉고 명함을 주거나 온라인에서도 막 알리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을 산다. 그래서 아래 문장이 와닿았다.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 사실상 올포트는 건강한 사람의 생활은 어둡거나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다방면에 걸쳐서 욕구 수준이 높아서 그렇다. 누구나 기분 나쁠 일인데, 남들은 한 달에 몇 번 겪을 일을, 나는 자주 겪는다. 근 6개월 안에 10번 시도해서 8번 실패해 본 사람과, 100번 시도해서 97번 실패해 본 사람 중에 누가 더 짜증 나고 화날까.


이건 마치, A는 피아노 쉬운 곡을 치고 있었고, B는 어려운 곡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연습 장면만 보고 A가 더 잘 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A는 쉬운 곡 치는 것에만 안주하는 사람일 수 있다. 반면 B는 본인이 쉬운 곡만 치면 A보다 잘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걸 도전하는 사람이다. 연습실 밖에서 모르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설령 '저 사람은 잘 못 치나 보네'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걸 감수하고 한다.


나도 지금 아무도 돈 벌라고 등 떠밀지도 않고,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냥 나는 ADHD와 우울증 회복에만 매진해도 된다. 하루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 보고, 책 좀 읽다가, 산책 좀 하는 하루를 반복했으면 짜증 날 일도 없다. 그런데 새로운 봉사 갔다가도 당황하고, 모임 갔다가도 실망하고, 뭘 가만히 안 있고 하는 만큼 불쾌한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지금은 비록 하는 요리마다 자꾸 실패하여 음식물 쓰레기만 많이 나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내 밥상이 제일 화려하게 느껴질 것이다.



*인용 출처 : 성장 심리학, Daune Schultz 지음, 이혜성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매거진의 이전글아프다고 말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