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큰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모르는 분이지만, 친척 중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참 먹먹해졌다.
자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과거 생명지킴이 교육을 이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내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는 2018년에 수면제 과다복용을 한 적이 있다. 자살 시도는 아니고 자해였다. (충동성에서 일어난 것이었고, 그래서 ADHD 진단이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2019년엔 설리, 하라의 죽음에 심히 우울해했다. 설리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에게 하라 걱정된다고 말한지 3-4일 후에 하라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을 먹었고, 부작용으로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단약했다. 그뒤로 영국에는 분노 조절을 도와주는 비상 약만 가져갔으며, 2024년 7-8월부터 우울증이 매우 심했지만 전에 겪었던 약 부작용 때문에 약이 싫어서 치료 시기를 놓쳤다. 결국 12월 새로운 병원을 찾아 우울증이 있을 때 감기처럼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하며 지내고 있다.
나는 나처럼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자살 예방에 정말 힘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주변에서 자살이 발생한 경우, '저런 선택도 있구나'로 사고가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특히나 친할머니처럼 과거 내가 보호자로 정신과에 같이 가드린 적이 있고 돌아가신 분과 같은 나이대라면, 더 유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자살 시도를 했거나 징후가 보이는 사람은 3살 아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밥 차려주고, 잘 먹나 보고, 병원에서 받아온 약도 목으로 잘 넘기나 보는 거다. 그걸 다 케어해줄 수 없는 환경이면 입원시키면 병원에서 해준다. 개인적으로 정신과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이 간병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병원 입원으로 24시간 보호 관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연 하라를 아무도 못 알아보는 어디 시골로 핸드폰도 없이 보내서 한 달 푹 쉬고 돌아왔다면 그래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곤 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사고는 완전히 박스에 갇혀있다. 누군가 그걸 부숴줘야한다. 스스로는 이미 절대 나올 수 없는 구렁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죽겠다고 한다면, 누가 10억을 준다한들, 영국에서 놀고 먹으며 살게 해준다한들, 다 싫고 그냥 죽겠다고 하는 상황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내가 지금 생리를 하든말든 그냥 피를 철철 흘리는 상태일 수도 있다. 멀쩡하게 사고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럴 땐, 옷 입혀서 제주도라도 가는 비행기에 같이 앉아야 된다. 내가 비행기 타는 거 좋아했으니까, 멀쩡한 인간일 적에 좋아했던 것을 눈 앞에 갖다주는 거다. 물론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을 떠먹여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좀 일시적인 거 같다. 환경을 아예 확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가족, 애인이 아니라 친구라면 그렇게까지 적극 개입은 어려울 것이다.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당장 10억이 떨어진다한들 다 필요 없다하고, 뭘 사준다해도 다 싫다하고, 소위 금융 치료가 통하지 않으면, 그냥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적극 개입이 맞다고 생각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사고에는 '내가 죽어도 아무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다. 몇몇이 슬퍼하긴 해도, 금방 상관 없어질 거다.'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 사람 앞에서 그냥 너가 그렇게 죽는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펑펑 우는 게 제일 효과적일 거 같다.
이런 글을 쓰는 과정이 나에게도 참 쉽지 않지만,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