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by 이가연

'나는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단 말이야! 박사를 하면서 최소 4년을 썩을 순 없어...' 싶었다. 그게 박사는 접은 이유였다. 올초에도 박사 지원 하려고 막 알아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퍼포머인데 그 오랜 시간 박사에 매달리는 건 좀 아닌 거 같았다.


그런데 더 이상 이렇게 한국에는 못 있겠다. 이러고 계속 살 수는 없다. 영국 가기 전에도 말할 사람이 없어서 온라인 회화 수업 들으며 살았다. 영국 갔을 때는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났으니 잠깐 좋았고, 다시 돌아오니 또 똑같이 말할 사람이 엄마랑 동생 밖에 없어서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듣는다.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한국인하고 10초만 대화해도 대화하기 싫어지는 현상이 열에 아홉 발생한다. (열에 한 명은 내가 상대가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계속 나만 연락하다가 상처 받는다.)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데, 다시 영국에 가고 싶을 수 밖에.


석사는 풀펀딩이 없고, 이제는 외국 나가려면 일하러 가야하는데 막상 가서 하루에 4시간이라도 매일 일할 자신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치고 팔짝 뛰는 상태다.


교수는 갑이 아니고, 박사생도 학생이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석사생이나 박사생이나 이러다 나 죽을 거 같다고 하면 학교는 나에게 얼마든지 쉬라고 할 거다. 그런데 고용된 상태라면 말이 달라진다.


내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언제 어떻게 갑자기 ADHD 증상이든 우울증 증상이든 2-3주 동안 올스탑 상태가 될지 모른다. 게다가 영국은 정신과도 못 간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아무리 약을 바리바리 싸들고 간다 한들, 약을 더 추가해서 먹어야되는 심각한 상태에 달하면 어떡하나. 물론 거기도 병원이 있지만, 안 가봤다. (실수였다. 병원을 한 번이라도 좀 경험해봤어야 하는데.) 안 가봐서 모르겠다. 그리고 감기나 유행병도 아니고, 이런 타고난 질환은 본국에서 치료 받아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나...


이런 상태에서는 ADHD가 아니어도 미래가 불안하겠다.


제발.. 한국에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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