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그만하는 방법

by 이가연

후회를 그만두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바로 잡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실용음악과였는데, 예고 연기과를 지원한 것을 고등학교 3년 내내 후회했다. 대학 실용음악과에 붙어서 다니게 되니, 더 이상 그 후회가 없어졌다. 잘못이 바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영국 나온 게 후회되면, 다시 들어가면 되겠네. 하지만 이건 고등학교나 대학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긴, 그 당시엔 그게 인생에서 제일 큰 문제였을 테니, 간단했다라기보다 이젠 '돈'이 걸려있다. 석사를 하러 갈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니 어떤 일이 발생해도 석사를 못 취득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소위 '돈 날릴 걱정'은 안 했다. 지금은 겁이 난다.


두 번째 방법은 종교에 기대는 거다. '지난 1년 중에 좋았던 경험을 생각하자. 1년 동안 한국에서 얻은 걸 생각하자. 얻은 걸 글로 다 써보자. 심리학과 철학 책을 많이 읽어서 깨우치자.' 별별 방법을 다 써봤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이 '이것이 다 유니버스의 뜻이다. 나중에 내가 이걸 왜 겪었는지 알게 된다.'였다.


마지막 방법은 그냥 미치게 후회하는 것이다. 후회하는 게 왜 나쁘냐. 후회한다고 밥을 거르고 잠을 안 자면 그건 나쁘다. 후회하는 게 어때서. '후회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후회한다'라고 생각하는 게 더 괴로웠다.


어떤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그게 진짜 쓸데없는 후회였구나.'하고 피식하게 되기도 한다. 작년 8월에 영국 갔을 때, '진짜 내가 내일 몇시에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나와달라고 메일에 쓸까.'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안 나오는 걸 봐야 내가 한국에 제대로 돌아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몹시 절박했다. 마주치고 싶어서 비행기 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작년 하반기엔 종종 '아 그렇게라도 해볼걸' 싶었다. 거기까지 가놓고서 자존심을 지킨 거 같았다.


구준표냐.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금잔디가 늦게 나타나기라도 했다.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고 연락하지 말라고 한지 6개월도 지난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안하길 아주 잘했다. (걔는 지금 넷플릭스 1위 드라마 남주가 아니란 말이다.)


어지간한 후회는 후회하게 그냥 두는 게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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