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엄마가 요즘 이거 재밌다며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드라마는 자고로 남자 주인공이 잘생겨야 본다' 생각하며 남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 저렇게 생긴 사람 안 좋아해."
말하곤 휙 고개를 돌렸다. 학창 시절부터 내가 좋아하던 배우님들은 유승호, 박보검, 송중기로 딱 순딩순딩 멍뭉이상을 좋아했다.
"나 저렇게 싸가지 없게 생긴 사람 안 좋아해."
한 술 더 떠서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말했다.
"안 싸가지 없게 생겼는데. 시크한 거지."
"그래 시크한 거."라고 하면서 갑자기 어떤 생각이 스쳤다.
'걔 닮았는데.'
예전에도 닮았다고 생각한 배우가 있었어서 얼른 사진첩을 찾아봤다. 드라마 검색해 보니 같은 배우다. 복장이 달라서 못 알아봤나 보다. 과거 드라마 캡쳐본도 보면 눈은 무표정에 입꼬리는 한쪽이 올라가 가지고 썩소다. 그 드라마에서도 무뚝뚝한 츤데레 학생 역할이었다.
배우님 미안합니다. 시크하다는 단어를 못 떠올렸네. 이거 이거 아주 사적인 감정이에요.
"걔 닮았어! 내가 저렇게 생긴 사람 안 좋아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이씨"
"너무 잘생겼는데? 저 정도면 너무 잘생겼지."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내가 구하라 닮은 정도로. 느낌만."
아주 다급한 '아니'였다. 20대 초반에 닮았다는 말을 들었던 연예인이 딱 두 명 있다. 열에 여덟은 설리, 둘은 구하라라고 했는데, 설리는 환히 웃거나 놀라는 그 표정이 좀 있다. 그 닮은 순간들을 포착해서 움짤도 만들어놨다. 그런데 구하라는 내가 봐도 좀 아니다. 하라 어릴 때 민낯 사진 한 장만 좀 느낌이 있달까.
"어유. 그게 어디야. 박명수 닮은 거보단 낫지."
엄마가 말했다. 아빠가 박명수 닮았다.
"아니 아니. 진짜 아니라니까. 저 분은 잘생긴 거고."라고 말하면서도 마스크를 쓴 것처럼 입 부분을 가려봤다. 괜히 마기꾼이라는 단어가 있던 게 아니다. 얼굴 위쪽만 보니 진짜 좀 많이 닮아 보였다. 순딩순딩 좋아하던 내가, 어디서 무뚝뚝한 츤데레에 홀려가지고 이상해졌다.
저 드라마 안 보고 싶다.
아니, 보고 싶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