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에서 남자가 "원래 받을 계획이 아니었고" 한 마디에서 '창원인데?'하고 생각했다. 그러곤 영상 왼쪽 상단을 보니 정답이 딱 적혀있어서 내적 환호했다. 저 나이대 남자면 이제 맞추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한 마디 듣고 캐치하는 건 또 처음이다. 요즘 창원 사진사님과 출사를 자주 다녔더니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거 같다.
여자면 긴가민가하는 거 같은데, 남자면 고민도 안 한다. 그런데 외향적인 남자면 또 다를 거다. 나에게 학습된 데이터는 '조곤조곤 말하는 젊은 남자'다.
창원은 '도레', 부산은 '도레미'에서 멜로디가 형성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익숙한 것과 일치하면 창원이고, 익숙한 데에서 뭔가 더 세면 부산인데, 그보다 더 나은 설명으로 이 표현이 제일 정확하다. 첫음절을 위에서 찍고 내려오는 그 느낌이, 부산은 '미'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런데 창원은 '원래'에서 '원'을 찍을 때도 '레'다.
아. 후천적 절대 음감이라 서울 사람이 이걸 이리 잘 아는 거 같다. '나 이거 할 줄 아네'하고 피아노 어플을 켜서 "원래 받을 계획이 아니었고"를 피아노로 쳐봤다. 너무 재밌다.
원래는 2년 전에 들었던 말들이 머릿속에 저장이 너무도 확고하게 되어있어서 알았다. 이제는 더 이상 머릿속에서 그 말들이 매일 울리지 않는데, 대신 얼마 전 강릉 공연도 창원 사진사님하고 다녀왔다. 얘기한 지 한 시간만 되어도, 더 이상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다. 말하는데 억양이 춤을 춰서 노래하는 것 같다.
그럼 음악 하는 사람들이 유리할 거 같은데, 왜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사투리 연기는 그렇게 못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노력을 안 한 사람들은 차치하고, 아는 거랑 구사하는 건 다른 문제다. 영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영어 발음이 네이티브에 가까운 이유는, 두 살 때부터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와 같은 교육 환경을 집에서 제공해 주셨기 때문이다. 엄마가 영어로 말 한마디 안 해도, 하루 종일 영어 테이프를 틀어두셨다.
어릴 때부터 노출되어 있지 않으면, 커서는 발음을 바꾸기 어렵다.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영향이다. 외할머니가 충청도, 친할머니가 경북인데, 사실상 두 할머니의 고향이 가까이에 있다. (엄마 말로도 외할머니가 옛날부터 전라도 사람 싫어했다고 들어서 이보다 확실한 증명이 없다.)
잘 생각해 보니, 나도 동생도 예전부터 '뭐라카노' 같은 'ㅋ' 들어간 말을 했다. 그냥 서울 사람이 장난으로 사투리 쓰는 건 줄 알았다. 나의 태생은 경북이 익숙해야 맞는 건데, 경남을 강제 주입시킨 게 분명하다. 경남은 익숙하고 편안하고, 경북은 뭔가 어색하다. 유튜브를 통해서 'ㅋ'이 자꾸 들어가면 경북인 걸로 학습했다.
하나를 가지고도 인생을 재밌게 사는 느낌이다. 병원에서도 원래 ADHD가 인생 재밌게 산다고 들었다. 호기심이 많고 한 번 꽂히면 거기서 헤어 나오질 못해서 깊게 파기 때문이다. 가끔 길거리나 여행 가서든, 유튜브를 보면서든, 어디서 경상도 사투리 나올 때마다 저게 어느 지역인지 맞추려 하는 재미가 있다. 정답을 알게 되는 경우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