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내가 이걸 멜로디로 인식해서 잘 구분하는구나. 노래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피아노 앞에 앉아서 경상도 사투리를 피아노로 치는 쇼츠를 찍고 있었다.
웃겨서 내가 웃는 소리도 그대로 들어갔다. 다시 찍으면 나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안 나올 것 같아서 그대로 올렸다.
오래간만에 또 ADHD인의 강점 좋은 예시를 봤다. 일단 집에만 있어도 절대 가만히 안 있는다. 그래서 '심심하다'는게 뭔 느낌인지 잘 모르고 산다. 드라마에서 닮은 배우를 봤다든가 내가 100% 서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든가하는 글들은, 솔직히 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서 죽을 거 같다.'라는 감정에서 출발한 글들이다. 그런데 글로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금방 사고가 흐른다. 그럼 또 나의 콘텐츠는 다채로워진다. 노래 올리는 것보다 이런 영상이 더 알고리즘 타기 쉽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기분도 좋아진다.
유튜브도 브런치도, '왜 올리는 콘텐츠 양에 비해 이렇게 구독자 수가 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주제가 일관되지 않고, 이것저것 다 올려서 그런 거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그걸 바꿀 생각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이게 나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이 채널들을 이용한다. 이걸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벌거나 구독자를 많이 모을 목적이었으면,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다 표현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했을 거다.
ADHD가 가만히 있을 줄 모르고, 말과 행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이런 장점이 있다. 말할 때도 보면, 계속 주제가 바뀐다. 글을 말하듯이 쓰는지라, 글 쓸 때에도 주제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 쓰다가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벗어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다. 뭔가를 실현하는데 뇌를 거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생각과 동시에 이미 하고 있다. 그런 나의 특성은 결국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낸다.
이렇게 다른 영상과 콜라보로 쇼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기능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었다. 오늘 새로 하나 경험치를 얻은 셈이다.
그냥 사람 한 명 기다리고 좋아하는 게 아닌데, 내가 당장 연애하려는 노력을 안 하고 마치 한 사람이 아니면 수녀처럼 살 것처럼 지낸다고 해서 답답해하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이 더 불쌍하단 생각이 든다. 이 쇼츠를 만들면서 진심으로 웃었고 행복했다. 그랬던 선물 같은 글, 영상, 음악의 영감이 내게 종종 찾아왔고,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