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사회공포증

by 이가연

2주 전 수치 상으로 현재 나는 우울증은 아니지만, 몇 달째 검사에서 꾸준히 사회공포증으로 나온다.

사회공포증은 사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데이터로 덮는 방법 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다. 타로 유튜브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도 화가 나는 댓글들이 달려서, 댓글창을 수개월 동안 닫았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댓글창을 다시 열었는데, 연지 몇 달이 지난 아직도 댓글 달리면 눌러서 보기가 무섭다. 내가 화날까 봐 무서운 거다. 한두 달 전에는 더 심했다. 그런데 그렇게 잔뜩 긴장하고 클릭해도 별 거 아니거나 감사하다는 댓글인 데이터가 점점 쌓이니, 댓글 확인하기 전에 나의 긴장도도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댓글이 달리면 반가운 게 아니라, 두려움부터 드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런데 경험 때문에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어떡한가. 앞으로 좋은 댓글 50개는 연달아봐야 사라질 공포감인 거 같다.

얼마 전, 이렇게 아예 돈을 안 벌고 있는 상태는 아닌 거 같아서 다시금 한국어 튜터 사이트에 수업을 오픈했다. '왜 열어놨는데 아무도 신청 안 하냐' 생각도 했는데, 막상 수업 신청이 들어오니 덜컥 겁이 났다. 그땐 이러지 않았다.

그만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 탓인지,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해서 상처를 준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상처받은 적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깊은 사이에서 상처받은 적이 훨씬 덜할 뿐이다. 한국인은 팔 한 짝을 부러뜨리고 가거나 몇 주를 못 걷게 만든 수준이 여럿이었고, 외국인은 대부분 스크래치 수준이었다.

그런데 '와 나 외국인도 지금 두렵네'하는 생각에 다시금 사회공포증이 실감 났다. 뭐든 하고 싶고, 누구라도 만나고 싶고, 돈 벌고 싶은 마음은 너무 굴뚝 같다. 그런데 당장 면접 기회가 온다해도, 내 순간 표정은 질색할 거 같다.

그럼 사실 시도 자체를 안 하면 그만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러고도 이러는 게 용하다. 그런데 이 사회공포증과 충돌하는 것이 ADHD와 사람을 좋아하는 기본 특성이다. 좀처럼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싸돌아다니면서 무리하는 느낌이랄까. 강아지가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 보면 일단 그쪽으로 몸이 향하듯 아주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병원에서 이건 그냥 그동안의 수치만 보여주고 별다른 얘긴 없었다. 내가 알아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거 같다. 병원은 약을 받는 곳이지 상담받는 곳이 아니라서 내가 왜 사회공포증이 올 수밖에 없었는지, 한국인 싫다고 노래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 얘기한 적은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이 세상이 안전합니다'의 감각이 쌓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다못해, 봉사를 다니면서도 엄청 분노해서 때려치우고, 대화 시도했는데 무시하는 봉사처들도 있었다. '이야 나는 봉사도 안 되는데 돈은 어떻게 벌어?'싶은 데이터가 쌓여버리기도 했다. 그 여러 군데 중에 한 군데 봉사처만 지금 가고 있기 때문이다.

번째 방법은 예전에도 글을 쓴 바와 같이, 최대한 안전한 사람만 만나는 것이다. 지금의 내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1대1로 저 사람이 수업을 신청했다고해서 1시간 수업을 해야하는 튜터 일은 사실상 지금은 무리 같다. 그때 거의 2년 동안 일을 해봤지만, 나와 맞았던 학생은 세네 명 정도였고, 한 50명은 고역이었다. 그때도 안 맞았던 이 일이, 사회공포증이 들어앉아버린 지금 가능할 수가 없다. 지금은 무조건 미성년자 학생들만 상대할 수 있는 거 같다.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봉사처도 신부님이 운영하시는 대안 학교다. 사정상 일반 학교를 다니지 못한, 정신적인 어려움이든 뭔가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 선택한 학교다. 그러니 돈 벌 수가 없어서 봉사 선택한 나랑 맞다. 나를 보호하려면 지금 상태에서는, 나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에 조건 붙어야 한다.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 보면 움직이든, 짖든,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이걸 막을 순 없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내 상태와 관계 없이 질주하듯 사람들에게 대화를 걸고, 구직을 하고 있을 거다. 그거부터 일단 계속 받아들이고 있다. 자책이 늘 따라붙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가끔 이해가 안 간다. 결과가 좋지 못하니 '제발 좀 가만히 있어!!!!'하고 나를 다그치게 된다. 내가 돈이 없나, 친구가 없나, 가족이 없나. 가진 것이 이미 많은데, 본인의 건강을 돌보기보다 욕심이 참 많은 것 같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ADHD를 말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ADHD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가 봐도 자폐를 가진 사람 같았으면 저러진 않았을텐데.'싶은 상황을 최소한 막으려면 그게 맞는 거 같았다. 이제는 사회공포증까지 말해야겠다. 그냥 도움을 청하자.

나는 사실 사람이 다 선하게 태어났고, 1%의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 전부 환경 탓에 어찌 된 거라 생각한다. 종교인이 되었어야 하나. 나쁜 강아지 없듯이, 인간도 동물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돕고자하는 본능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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