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열정 넘치게 메일 써서 보낸 일들이 좀 있었다. 구직이 아니라, 정성껏 개개인에 다르게 쓴 이메일이었다. 한국도 있고, 영국도 있다. 며칠이 지나도 전부 읽고도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자 점점 열받았다. 그래서 '역시 내가 거절 증후군이 있어서 이러나' 싶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이게 내가 ADHD고 거절 증후군이 있어서 기분이 나쁘겠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다 기분이 나쁘겠나.
세어보니 7번이다. 일주일 안에 7번의 길게 쓴 각기 다른 메일을 보냈는데 전부 읽고도 연락이 없다. 전에도 학교에 그 정도 숫자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열받았었다. 여기 안 받으니까 다른 부서에도 보내고, 이 교수 안 받으니 저 교수에게 보내고 그랬는데 전혀 성과가 없이, 담당 교수 한 명만 연락됐다. 학생 때부터 꾸준히 답장 안 하고, 내가 '인종 차별' 단어를 메일에 쓰니까 와다다다 답장한 누적된 열받음이 있는데,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하니 당연히 화날 일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내가 단기간에 그 정도 숫자를 보내면 열받는다는 것. 그럼 한 3-4번만 보내고, 더 이상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는 훈련을 해볼 수 있다. 이제 정확한 나의 이메일 한계 숫자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그냥 이대로 사는 거다. 자제하려는 시도를 정말 많이 해봤는데, 숫자 한계를 둔다고 해서 내가 잘 지킬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열 좀 받으면 어떤가. 어쨌든 두드렸잖아. 두드리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이 안 열리면 그냥 좀 승질 내고 갈 길 가면 되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좀 열받고, 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역시 내가 ADHD라서.'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들인 노력 대비 아무런 결과가 안 나오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다. 무시당한 기분 아닌가. 그것도 단기간에 한두 번도 아니고.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하고, 내 감정을 받아들여주는 게 훨씬 낫다. '나는 왜 맨날 이걸 알면서도 계속 와다다다 메일을 보내고 성과 없다고 열받아할까. 진짜 안 고쳐진다. 역시 그동안 ADHD였고 앞으로도 ADHD면 어떻게 사나.'보다는 '저 써글노무새끼들. 왜 읽고도 답장을 안 해. 내가 이러니까 열받아, 안 받아?' 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워 보인다. 그래도 된다. 그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