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내가 혹시 자폐의 가능성이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없다고, 자폐는 이렇게 말을 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난 노래보다 말을 더 잘하는 거 같다. 특히 걔에 대해서 말할 때면, 가끔씩 무슨 어록 쏟는 것 같다.
나는 1시는 되어야 외출한다. 12시 전에는 못 나가겠다. 영국에 있을 때는, 12시쯤 되면 옆방이 시끄럽기 때문에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강제로 나가야했다. 그래도 어쨌든 12시가 한계다. 아침 8시든 9시든 11시든 몇 시에 일어나든 관계 없다.
의사 선생님이 타고난 수면 주기가 그런 거라고, 본인도 그러셔서 이 병원도 12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영국에 이력서도 넣었지만, 죄다 막 8시 반 시작인데 어떡하냐고 했다. 그래서 약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먹으면, 각성 효과가 있어서 아침에도 정신이 들 수 있다.
출근 시간만 문제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 것이 3,4시간 한계인 점도 얘기했다. 그냥 피곤한 수준이 아니다. 어지럽거나 두통의 신체화 증상도 딸려올 때가 있다. 도저히 일주일에 하루도 자신이 없어서 영국 풀타임 직업을 못 갖겠다. 한국에 살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이런 식으로 늘려야 된다.
그건 내가 감각이 예민한 ADHD니까 그런 거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사회불편감 때문이라 하셨다. 이렇듯, 전문가에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ADHD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나 두려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불편감이면, 이건 나을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안 놀라고 안 불편하고 안 힘든 상황을 많이 만나면 고쳐질 일이다.
오은영 박사님이 TV에 나오시기 전보다 확실히 근래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내가 처음 병원에 갔던 십 년 전과 비교하면, 훌륭하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과의 문턱이 치과보다 높은 거 같다. 치과는 가기 싫어도 늦게 가면 아프니 싫어도 가는 것처럼, 정신과도 그래야 한다. 늦게 가면 병을 키워서 간다고 생각하고 갔으면 좋겠다. 미진단 ADHD는 수명을 확 줄인다는 보고도 있고,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죽고사는 문제의 병이다. 중증 우울증은 폐렴 정도로 봐야 한다.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면, '나는 평생 이렇게 봉사도 최대 3시간 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을 수 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모든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함이 옳다.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