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 마세요

by 이가연

새로운 ADHD 약이 듣는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ADHD 약물은 부작용으로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약 하나를 시도했는데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있다. 다만, 이 약은 약효가 딱 3시간 간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게 3시간인지, 4시간인지 얼마나 가는지는 좀 봐야 알 거 같다. 생리통약과 다르게 약효가 떨어지면 통증이 오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루 3번 먹을 생각은 없다.


나는 현재 우울증 수치가 거의 없다. 그러니 내가 기운 없고 나가기 싫은 건, 우울증 탓이 아니다. 어떤 날은 지하철, 버스도 도저히 못 타겠는 건, 우울증이 아니라 사회불편감이다. 영국이라고 생각하면 항상 괜찮은데, 한국만 그런다. 한국 사회 불편감이다. 봉사 활동을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건, 거기서 만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나에게 '안전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봉사밖에 못 다니겠는 게 내 잘못은 아니다. 한국은 내가 죽어라 노력했는데, 상처와 거절감만 많이 받았으니 불편감이 생긴 것이고, 영국은 몇 달 안 있었으니 받은 상처도 적고, 몇 달 있어봤기 때문에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는 거다. 만일 미국, 호주와 같은 영어 문화권 국가에 가서 살게 되면 그 나라도 영국과 똑같이 편안해할 거다. 영국을 특별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국 사회가 매우 불편한 거다.


그런데 약을 먹으니, 원래 같았으면 정해진 일정이 없다면 대중교통 타는 상상만 해도 싫어야 하는데, 어디든 나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진사님과 급벙 약속을 잡았다. 내가 얼마나 혼자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작년 한국 돌아온 이후부터 너무 이상했다. 그냥 약으로 해결될 일이었다.


제발 사람들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뇌의 탓이 아니라, 그냥 게으르거나 성격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진단 ADHD 인구가 너무 많다. 진단만 받고 자책만 덜했으면, 미진단 ADHD 수명이 확 깎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자꾸 안 된다면, 내 탓이 아닐 수 있다.


약 하나만 들으면, '뭐야. 지금까지 이게 그냥 내 성격, 성향인 줄 알았는데, 아니잖아.'할 수 있다. 그 해방감을, 내 글을 읽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빨리 깨달을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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