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다닌 지 벌써 9년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서, 작년엔 내가 직접 요청하여 고등학교 상담실에서 학생들 모아두고 봉사로 싱어송라이터 멘토링도 했다. 그밖에 많은 중, 고등학교에서 적은 돈을 받든, 봉사를 하든, 멘토링 강의를 했다. 그러면 꼭 진로 고민 있는 사람은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PPT에 띄워두고, 명함도 나눠주곤 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딱 그런 멘토링 강의 듣고 울려했기 때문이다. 멘토링하던 그 대학생 언니처럼 실용음악과에 다니면 소원이 없을 거 같아서, 실용음악과 커리큘럼만 보여줘도 가슴이 뛰어서 울음을 참았다. (실제로 대학 다니면서도 수강 신청 기간이 매번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그때도 영국에서처럼 내 수업도 아닌데 청강 다녔다.) 그러니 강의가 끝나고 쪼르르 가서 내 소개를 하고, 그렇게 계속 연락해서 혼자 그 언니의 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공연도 보러 갔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혀 접점이 없는, 이제 막 대학교 실용음악과 합격한 언니를 페이스북으로 먼저 연락해서 알게 되었다. 그 언니가 잠깐 30분이라도 시간 낼 수 있다고 하길래 서초동에서 인천까지 혼자 갔었다. 아직 대학 입학하지도 않은 사람임에도, 내 노래를 들려주고 조언을 얻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인천까지 왔는데 30분 만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땐 뭐라도 다 감사했다. 나는 이제 예비 고3, 그 언니는 고3 끝나고 대학 입학 전 겨울이었다.
나보다 딱 한 단계 앞선,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에게라도 뭐라도 얻고자 그렇게 애썼다. 해외 석사까지 졸업하고 앨범도 많이 발매한 나는 그냥 대학생에 비하면 몇 단계가 앞서있다. 그런데도 도무지 안간힘을 써도 멘티를 못 구하겠다.
종종 학부모님들이 블로그 댓글을 남겨주신 적은 있다. 딱 그뿐이다. 한때 내 블로그는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관련 검색하면 항상 상위권에 떴다. 그런데도 어떤 실용음악과 지망생도 연락 온 적이 없다. 아무리 멘토링 강연을 다녀도, 블로그와 유명 음악 사이트들에 '멘토를 해드린다'라고 올려둬도, 소용없다.
'애들이 마음은 있는데 소극적, 내향적이라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말 들으면 더 이해가 안 된다. 부모가 내 꿈을 반대하는 이유 중에 내 성격도 포함이 되어서, 나는 내 성격을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난 고등학교 땐 저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을 뻗고, 대학교 입학했을 때엔 이미, 길거리에서 혼자 내 홍보 전단지도 돌리고 있을 정도였다. 대학교 수업 듣는 교수님마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전단지 돌리는 게, 당시로부터 4년 전 중학생 때는 결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중3 때 나는 반에서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옆반 가야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점점 깨달았다. 나 같은 학생 없다. 그렇게 절실하고 열심이던 나를 찍어 누르던 어른들을 생각하면 좀 이가 갈린다. 물론 그 분노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화가 더 난다. 나 같은 학생이 귀한 줄도 몰랐다니. 내 분노가 정당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중고등학교 새싹 때부터 잘 될 인간이었다. 10대, 20대 초반의 나만 대단했던 게 아니다. 지금 28살의 나도 나 같은 사람 잘 없다. 누가 이렇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도움 줄 사람이 없다고 방방곡곡 뛰어다니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도움이 되겠다는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서 왔는데 정작 학생은 내 열정의 백분의 일도 없는 경우가 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는 한 가지 더 배우는 중이다. 내 열정은 너무도 소중하다. 내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사람을 만나든, 봉사를 하든, 돈을 벌든, 내 열정과 에너지가 소중히 쓰이는 곳에만 가야 한다.
정말 나와 비슷한 중고등학생 친구를 만난다면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클까. 9년째 찾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