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 김하현 옮김

by 이가연

p84 무엇보다 미하이를 놀라게 한 것은, 창작 중인 예술가들에게 시간이 사라진 듯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거의 최면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깊은 형태의 집중이었다.

- 처음 최면받았을 때, 시간 감각 잃고 몰입하는 것도 일종의 최면 상태라고 들었다. 최면도 사람에 따라 경험하는 정도가 다른데, 나는 생생하고 깊이 있게 경험했다. 이 '몰입' 상태에 익숙해서 그런 거 같다.


p84 그들은 작업을 끝마쳤다. 즐길 수 있는 보상이 그곳에,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러나 창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보상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중략) 미하이는 예술가들이 실제로 무엇에서 동력을 얻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이 하나의 대상에 그토록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가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이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점점 더 분명해졌다.

- 집중하는 것은, 때때로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창작을 하게 만든다. 나 역시도 이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매일 글을 쓸 때가 참 행복하고 나를 사로잡는다.


p88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 않는 일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선택한 목표가 너무 손쉬우면 우리는 자동 조종 모드에 돌입한다. (중략) 몰입한 사람은 자신이 오로지 현재에 머무는 기분을 느낀다.

- 노래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무 많이 불러서 자동으로 나오는 곡은,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몰입을 위해서 과거를 떠올리는 방법도 소용없다. 노래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느껴야만 한다.


p110 현대 서구 사회는 다소 ADHD의 특징을 보이는데, 그건 우리 모두 수면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은 엄청납니다. 우리 모두가 안달복달하고, 충동적이고, 차가 막히면 바로 짜증을 냅니다.

-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배고픈가, 잘 잤는가, 어디 아픈가' 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는지 체크하는 습관이 단단히 들어있는 데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정신 건강을 돌봤던 지난 10년간, 다행히도 잠은 거의 항상 잘 잔 편이었다. 작년 여름이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던 이유도, 그때 수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하루에 3시간 이상 못 잤다. 정신과 약을 받아와도 그랬다. (물론 지금 병원을 일찍 만났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p148 딴생각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며, 종종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 괜히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ADHD인의 강점인 것이 아니다. 그 강점들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ADHD 덕분에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이것저것 다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종합 예술인이다.


p153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는데도 딴생각은 왜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딴생각은 쉽게 반추로 빠진다. 집중하기를 멈추고 마음이 표류하게 내버려 두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생각에 갑갑해지는 것이다.

- 이래서 힘들다. 일시적인 '딴생각'이 아니라 디폴트값이라, 뇌 좀 확 꺼버리고 싶다. ADHD를 몰랐던 과거 상담사, 가족,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 꽤 자주 반추로 일어난다. '아니 그들도 몰라서 했던 말이잖아!'라고 짜증내기보다는, '그래. 내가 또 생각이 나는구나.'하는 편이 좋다. 의식에서 싫어할 수록, 더 생각나기 때문이다.


p185 오늘날 모든 소셜미디어와 수많은 웹사이트가 무한 스크롤의 한 형태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화면을 내리며 전자기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그가 설계한 코드 때문이었다. 아자 본인도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 나중에야 자신이 본 내용이 쓸데없는 정보임을 깨닫곤 했고, 자신이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고민했다. (중략) "이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인생 전체가 휙 하고 사라져요. 이 시간을 기후위기 해결에 썼을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하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썼을 수도 있어요."


p240 자제력을 키우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화면 반대쪽에는 우리의 자제력을 꺾으려고 노력하는 천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 나도 얼마나 스크롤 중독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유튜브, 인스타,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다. 그중 틱톡은 영상만 올리지만, 유튜브와 인스타는 스크롤하곤 한다. '나는 영상을 올리니 인스타를 지울 순 없어'라곤 하지만, 영상을 안 올릴 때도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게 문제다. 그래서 그 습관을 브런치 스크롤로 바꿨다.


당장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 같은 건 안 세운다. 우리 뇌는 변화를 무지 싫어한다. 하지만 쓸데 없는 스크롤을 하는 것 같을 때, 멈춰서 나에게 더 유용한 정보가 있을 네이버 카페나, 뉴스 즐겨찾기 등 다른 앱을 켠다. 이건 계속 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 사회가 사람들을 다 ADHD 증상 나타나게 만들고 있다는데, 진짜 ADHD는 오죽하겠나. 노력이 필요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고도 남는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