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틀 연속 걔가 나를 싫어한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 꿈을 꿔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하루는 카톡 초장문으로 내가 왜 싫은지를 받았고, 하루는 카톡 상태 메시지로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아는 꿈이었다. 그런데 오늘 꿈에서는 영국 구직 사이트를 보며 지원하려고 하고 있었다. 구직 정보는 초등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을 하는 거였다. 한국은 교대를 나와야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고도 생각했고 월급은 4백만 원이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월급 4백만 원은 많은 것이 아니다. 집값은 3배요, 식비는 2배다. 그럼 월급도 최소 2배여야 하지 않겠는가.)
꿈으로나마 보여주고 영국 구직을 하길 바라는 하늘의 뜻처럼 여겨졌다. 내가 적극적으로 해외 구직을 안 하던 이유가 다 거기 있었으니까. 이제야 솔직히 풀자면, 올초에 홍콩과 일본만 봤던 것도 다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한국 왔다갔다가 쉬워야함이 이유였다. 그럼 2주에 한 번은 한국에 갈 기세였다. 그러니 '너 싫어한대'라는 꿈이 이해가 된다. 걔가 진짜 아니라면, 내가 확실히 알게 해달라고 며칠 째 똑같은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이것도 기도 응답인가.
일어나자마자 영국 구직 사이트를 켰다. 생각해 보니 이번 9월에 가는 게 기회였다. 지금 이력서를 넣으면, 이번에 갔을 때 직접 대면 면접을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 같아도 비대면 면접이 아니라 대면 면접으로 뽑고 싶을 거 같다.
제일 먼저 윈체스터에 있는 학교에 지원했다. 윈체스터 지원하면서, 소튼이었으면 월급 얼마를 줘도 지원 안 했을 거라 생각했다. 윈체스터는 다르다. 소튼에서 버스 타고 1시간 거리에 위치해서 종종 가곤 했던 예쁜 마을이다. 내 기준 도시라고 하기엔 좀 작다. 굳이 윈체스터가 좋아서 지원한 것은 아니고, 영국도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다. 어느 나라나 음악, 보컬 관련 직업은 다른 직업 대비 적을 것이다.
영국에 있을 때 했던 솔직한 생각이 있다. '내가 장애인이었으면 절대 한국 안 가고 정착한다'였다. 평소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같이 밴드하던 친구도 휠체어를 타던 친구였는데, 한국 실용음악과는 죽었다깨나도 볼 수 없는 것이 장애인 학생이다. 그런데 '어머나? 나도 장애가 있었네?'가 되었다. 해외 나가서 살고 싶은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ADHD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이 분야에 있어 확실한 선진국이다. 거기도 ADHD가 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이지만, 한국보다 열 배는 나음을 영국 오빠로부터 확인했다.
안타까운 점은, 원래 작년 4-6월 나의 계획은 주 1회 파트타임을 여러 개 구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거였다. 그땐 집값을 지원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 1회라도 붙으면, 영국에서 사는 걸 확정 지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건 지원할 수가 없다. 풀타임 또는 풀타임에 가까운 파트타임만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보컬 트레이너는 학교 입장에서도, 하루만 선생님 불러서 수업하지, 매일 매일 수업이 있지 않다. 영국 오빠도 피아니스트인데 주 2회는 한 학교, 이런 식으로 여러 곳에서 일한다.
9월에 대면 면접 가능하다고 적었다. 작년 6월에도 면접 하나 붙었었는데, ADHD 충동성으로 3일 만에 짐 싸서 한국 가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폭풍 지원했으니, 뭐라도 하나 면접을 보고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