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코리아는 대부분의 공고가 9시부터 6시까지였다.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한국에는 '국제 학생 모집 부서'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의 영어, 일본어, 중국어 회화 능력을 다 쓸 수 있는 직업은 서비스직 말고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발 문제로 한 시간 이상 못 서있는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눈 떠서 밤이 되도록 영국 구직 사이트를 뒤적인 결과, 오히려 9시부터 5시 직업이 안 보였다. 학교에서 일하는지라, 대부분의 출근 시간이 8시 반이었고, 끝나는 시간도 3시 15분도 있었다.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조정 가능하다고도 써있었다. 그런 '내 능력을 활용하면서' '할만해 보이는' 직업이 한국엔 없었다.
오늘 하루 동안 20군데 지원했다. 중간중간 눈알이 빠질 것 같아서, 인공 눈물을 엄청 썼다. 3년 전, 렌즈삽입술을 받은 이후로 안구건조증이 종종 있다. 특히, 노트북으로 뭔가를 집중해서 읽는 행위는 거의 금지된다. 난독증 검사 같은 게 있다면 받아보고 싶은데, 현재로선 ADHD 영향으로 추정한다. 종이책도 대부분 책에 있는 글자를 50% 이상 읽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은 더 심각하다.
그래서 사실상 직무 소개를 거의 읽지도 않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는지, 위치가 어디인지, 대충 무슨 일 하는지 훑고 지원했다. 그랬는데도 눈이 이리 아프다니. 하지만 '다음부터는 하루에 몇 개만 지원해야지' 따위의 다짐은 ADHD에게 통하지 않는다. 공연팀 및 오디션 지원만 거의 10년 차라, 백 번도 더 해본 소용없는 다짐이란 걸 안다. 이럴 때는 이러도록 둬야 된다. 남들 3개월 치를 3일 안에 몰아서 하니까.
사실 이러다가 혹시라도 내가 국적 북한 체크할까 봐 그게 걱정되었다... 여담으로,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영문 표기명을 'South Korea'든 'Republic of Korea'든 'Korea (South)'든 제발 통일했으면 좋겠다... 이런 나라가 한국만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 한국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들고 일어나야 된다... (하지만 참는 게 익숙한 한국인들.)
도파민이 폭주하여 행동력이 폭발했다는 건, 그만큼 즐거웠다는 뜻이다. 즐겁지 않은 일은 안 하기 때문이다. 올해 종종 홍콩이나 태국, 베트남에 이력서를 보낸 적이 있지만, 아주 가끔이었다. 오늘처럼 많이 보낸 적은 없었다.
한국에 1년 이상 있어본 결과, 뭐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가서 ADHD에 대해서도 좀 알아오고, ADHD 협회에서 하는 자조모임과 행사들도 간간히 참여하여 경험을 쌓아서,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 진지하게 '한국 ADHD 예술인 협회'를 차리고 싶은데, 지금은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없다.
단순히 구직 공고를 찾아보고, 눈 아프게 몰아서 계속 지원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런 직업은 한국에 없는데, 영국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네? 음악 관련 직업이 아니어도 좋아. 어쨌든 아이들 상대하는 일이잖아.' 하는 즐거운 발견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