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1 프리라이팅
이제 이 매거진에 있어서는, 주제의 통일성을 염두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써보고자 한다. 한 사람에 대한 나의 단상이다. 이 사랑 소설이 11화, 매거진이 95화째이니, 이제 관련 글만 100편이 넘었다. 다르게 분류해서 그렇지, 관련 글을 다 합치면 200편은 된다는 걸 안다.. 200? 300... 복붙해둔 한글 파일에 '걔' 라고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최근 원래 '오빠'라고 부르던 사람을 '영국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걔' 지칭어를 바꾸기 위함이었는데, 도저히 그소리는 안 나와서 도로 집어넣었다. 어차피 내 글을 읽는다면, 내가 걔라고 부르든 시골쥐새끼라고 부르든 그것이 중한 게 아니라, 내용이 이미 속을 박박 긁어놓았을 것이다. 쥐띠라서 그렇다. 아 그래도 너무 욕인 거 같다. 그럼 귀여운 쥐새끼라고 하자. 내가 이미 지난 게시글에 넷플릭스 1위 드라마 남주 같다고 해놨기 때문에 괜찮다. 차마 배우님을 정확히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정도로 해둔다.
혹시나 글을 보시는 창원 분들이 계실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진짜 지역 비하가 아닌데. 몇 달 전에, 창원에 공짜로 내려가고 싶어서 홍보대사에 지원했던 적도 있다. 아쉽게도 그 때는 '마산 밤바다' 노래를 쓰기 전이었다. 그 노래를 진작 썼다면 좀 더 어필이 되었으려나. '창원 관광'은 그렇게 몇몇 사람 공짜로 여행 시켜주고 홍보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아주 근본적으로 서울 사람이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진해 군항제 때 벚꽃으로 바짝 땡기고, 그 이후로는 갈 일이 없어보인다. 아주 그런 면에 있어서는 여의도 같다. 여의도와 비교해서 찾아보니, 창원시 인구가 여의도의 30배라고 한다. 그럼 뭐 비슷할 줄 알았냐.
원래 이런 얘기를 나누는 '영국 오빠'가 있어야되는데, 지금 며칠 째 부재하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그래서 말할 사람이 없다. 이 얘기는 영국 오빠와 영국인 친구에게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브런치다. 브런치는 아무도 댓글을 달거나 평가,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영국에 가서 다시 살 수 있을까. 너님 못 간다. 마음이 묶여있는 게 아주 타로 카드 소드 8번 같다.
영국은 한국과 다르게 석사생들의 논문은 공개가 안 되어있다는 걸 아는가. '이해가 안 되면 공부를 하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찾아봤었다. 공개되어있었다고 한들, 공대 석사 논문을 무슨 수로 이해하나. a는 a요, b는 b지. 그래도 아쉽다. 챗지피티에게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해달라고 했으면 됐을텐데. 아니다. 아마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을 거다.
집에 한국 논문 인쇄해서 스프링 제본해둔 것들이 열 개 이상이다. 나는 전부터 전자 기기로는 글을 못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마 똑같이 바로 인쇄해서 스프링 제본했을 거다. 그런 다음 글자 감상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읽을 시도를 했을텐데, 그때부터는 한 쪽씩 복붙해서 정확한 번역을 돌렸을 거다. 그리고 이해가 안 되는 건 공부를 했겠지. 그렇지만 한국말로 해도 99%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지 않았을까.
오늘 중에 제일 웃고 있는 것 같다.
영국 오빠와도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상상 얘기를 자주했고, 나도 모르게 웃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윽고 잔잔한 슬픔이 몰려오긴 하지만, 그게 더 이상 회색빛이 아니라 연두, 하늘, 연분홍 계열처럼 느껴진다. 봄날의 풀밭 같달까. 상상이면 어때서. 불행을 상상하는 것보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설령 약간의 슬픈 감정이 뒤이어 섞일지언정, 뇌가 한 번 확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2주 전, 최면 상담을 받았던 효과를 이루 말할 수 없다. 1년 반이었다. 똑같은 말이 수백번 생각나기를 1년 반을 반복했는데, 대체 어떻게 그게 한 순간에 멈춘단 말인가. ADHD 약도 안 먹었는데? 현대 의학으로 못 한 걸 최면이 했다. 상식적으로, ADHD 약이 들어야만 내가 원하지 않는 침습적인 생각이 스위치 내리듯 꺼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건 ADHD와 전혀 상관 없는 거였다. 애초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ADHD 때문에 그랬던 거면,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야 한다. 대신 이제는 종종 최면에서 봤던 캠퍼스 내 벤치가 떠오른다. 보고 싶다.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더니 재밌다. 이런 글을 처음이다. 늘 '주제의 통일성'을 신경 써서 글을 써왔다. 이렇게 형식을 신경 쓰지 않은 독백 같은 글도 좋은 거 같다. 일단 내가 즐겁다. ADHD가 ADHD하는 내 사고의 흐름을 독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서도 좋다.
나는 영국에 갈 수 없다. 너 서울이잖아. 아, 10일 뒤엔 당연히 갈 거다. 아주 갈 수는 없단 뜻이다. 내 모든 영적인 감각이 서울을 가리키고 있다. 방금도 타로 뽑아서 봤는데 서울이다. 여담으로, 오늘 동생 면접 결과를 맞췄다. 하나 불합격, 하나 합격이었다. 타로 얘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