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2 프리라이팅
나는 핸드폰 복구도 시도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용해서 돈을 안 들이고 하려했으나, 실패했다. 돈 주고 맡겨야했는데, 20에서 25만원은 들었다. 그것도 음성녹음 한가지만 선택하는 데에 그랬다.
엄청나게 고민하고 고민했다. 작년 8월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복구했을 거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안 했던 이유가 있다. 곧 목소리를 듣게 될 줄 알아서. 그럼 돈 아까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가 찬스였다. 작년 8월이라도 복구 시도했으면 됐을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복구 가능성이 이제 없단 걸 알아서 포기했다.
1분 30초짜리 음성 파일 하나가 너무 갖고 싶었다. 나는 모든 통화가 자동 녹음이 되곤 한다. 지금도 그렇다. 99% 다 주기적으로 핸드폰 용량을 위해 지운다. 그런데 당시 내가 얼마나 마음에 콱 와닿는 말을 들었던지, 그 통화 중에 그 부분만 잘라서 보관을 해뒀었다.
몇 번 듣기도 했어서, 아직도 콱 박혀있다. 그러는 한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 당시 나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그게 길을 걷던 와중인지 집에 와서인지까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들으면서도...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너무 귀여웠다. 술 마셔가지고 반응이 한 템포 느리고 새근새근 숨소리 느낌이 들면서 웅.. 이러는데 '이걸 그냥 냅뒀다고? 진정한 남사친이었으면 왜 귀여운 척 하냐고 염병을 한다고 난리를 쳤어야지.'싶었다.
오 하느님 저 좀 지금 당장 소튼에 던져주세요.
지금 내가 호흡하는 숨소리가 의식이 된다. 호흡이 가빠져서 입으로 숨 쉬어야 된다. 종종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보고 싶다. 그런데 이 느낌이 반갑고 좋다. 아팠던 게 아니라 좋았던 걸 생각하고 이렇게 되는 거니까. 원래 얘 생각하면 심장부터 부여 잡았어야 하는데, 적색 신호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몽글몽글 핑크빛이다. 이건 이렇게 앞으로 살아도 괜찮을 거 같다. 지난 시간이 600일이었으면, 그중에 100일은 울었다. 그중 50일은, 그 모습 옆에서 봤으면 절대 그누구도 못 냅두고 안아준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거의 무슨 사람 죽은 것처럼 울었다고 해야할까.
또 생각나는 목소리가 있다. 다름 아닌 여자애 목소리다. 당시 걔가 오른 팔이면, 내 왼 팔이었던 친구다. 둘 다 경상도라 음악처럼 기억을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내 평생 그렇게 경상도 사람과 그렇게 대화해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친할머니. 또래로 수정한다.)
"XX이 오빠가 언니를 진심으로 아꼈어." 내가 그 말 머리에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얼마나 버텼나 모른다. 그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얘도 내 ADHD를 진작 알았다면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상처가 있어서 머릿 속에서 거듭 상처 받았다.)
왜냐하면 이 대화를 매일 나누던 영국 오빠는, 작년 2월부터 알게 된 사람이라 오직 내 얘기로만 안다. 하지만 저 친구는 당시 제 3자로서 다 봤기 때문에, 믿음이 갔다. 작년 하반기엔 내내, 내가 그냥 지나가던 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다.
오늘은 낮에 소튼에 대해서 글을 한참 쓰다가 삭제했다. 소튼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겠다며 적었다. 내 안에는 얼른 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에 두려웠던 거다. 감당이 안 될까봐, 마음이 폭발해서 터져버릴까봐, 아예 싫어함으로 표현되곤 했다. 극한의 증오 표현은 극한의 사랑이다.
나는 거울 찍었는데 니가 찍힌 거다.. 이걸 당시 제가 안 지우게 해주셔서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