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에 성공했다.
준비도 안 했고, '가만있어보자. 라이브나 해볼까.'싶어서 켜봤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랬는데, 라이브 켠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시청자가 막 생겼다. 세상에. 구독자가 이제 막 500명이 되는 채널에 이게 가능한가. 다들 퇴근한 저녁 시간이라 좀 더 가능했나 보다. 다음에는 저녁 8-9시쯤에 켜면 더 좋을 거 같다.
사실 진작 라이브를 해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미 몇 번 인스타 라방을 해봤는데, 한두 명 수준이었다. 그동안은 그냥 공연할 때 켜놨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공연 중이라 실시간 소통이 불가했다. 그냥 외국에 있는 친구들이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길 바라서 하게 되었다. 또 연습실에서도 켰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정말 아무도 안 보니 껐다. 그 이후로는 '나는 지금 팬이 없어서 라방을 못해'하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다 3-4 년 전이다. 지금은 다를텐데.
그런데 처음으로 라방을 통해, 전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했다. 노래 채널이 아니라 타로 채널이라 지인이 없다. 라이브는 처음 본다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첫 라이브라며 반갑다고 인사했다. 댓글 올라올 때마다 인사하는 나라니, 진짜 무슨 인플루언서 된 거 같았다.
아쉬운 점은, 라이브 중에 버퍼링이 좀 있었다고 한다. 버퍼링만 없었으면 시청자가 덜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집에서 제일 와이파이 잘 되는 장소를 찾아서 해야겠다.
처음이라 너무 긴장이 되고 피곤해서 30분만 했다. 그 30분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 벌써 봉사도 두 타임하고 와서, 말할 기운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오디오가 비면 시청자들 나갈까 봐 불안했는지 너무 열심히 떠들어재꼈다. 다음에는 두 번째니 더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처음인데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 같다.
그런데 이게 나의 사회공포증에는 도움이 될까. 괜히 상처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다. 내가 무료로 타로를 봐줘도 "와아 감사해요!" 하는 사람만 있지 않다. 질문을 봐줘도 "네"만 하고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다음 질문을 연달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게 해결되려면, 댓글 자체가 많이 달려야 한다. 그래야 알아서 묻히기 때문이다. 댓글 말투만 봐도 감이 오는데, 괜히 안 읽어주면 안 읽어줬다고 채팅창을 더럽힐까 봐 좀 무서울 거 같다.
그건 나의 불안이다. 채팅창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앞으로 누가 봐도 질문이 너무 많이 달려서, 순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골라야 되면 좋겠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걸 명심하면 된다.
아직 그렇게 유명한 유튜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도 적고 방해되는 사람도 적을 것이다. 일단은 계속 시도할 거다. 내가 되게 신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튜브는 나의 즐거움을 위함이다. 수익 창출을 생각하면, 너무 한참 멀어서 동기부여가 안 된다. 라이브를 해보니, '나도 인플루언서들처럼 사람들이 돈을 막 쏴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수익 창출까지 얼마나 남았나 살펴봤다. 사람들이 총 시청한 시간이 타로 채널은 2118시간, 노래 채널은 2516시간이 더 쌓여야 수익 창출 가능하다. 그것도 최근 1년 기준이다.
앞으로 저녁 8-9시쯤, 집에 아무도 없고 떠들어재끼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해야겠다. 좋은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