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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기억해 내

0903 프리라이팅

by 이가연

'기억해 내!!!!' 해서 기억한 적도 있다. 걔가 나에게 이력서 파일을 보내서 보여줬었는데, 핸드폰 복구를 못하기에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기억해 내!!' 한다고 걔가 졸업한 대학이 어딘지 알아냈는데, 하나 더 있었다. "너는 96인데 왜 이메일이 97이야?"라고 말했던 기억도 났다. 96은 이미 누가 쓰고 있었어서 아이디를 97로 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메일도 기억해 냈는데 그걸 쓰진 않았다. 이미 학교 이메일로 몇 번을 보냈는데, 생각도 안 했다.

뭔가 슬픈 과정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이야 내 기억력'하고 자화자찬했다. 당시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력서 보내준 걸 두 번 세 번 보진 않았을 거 아닌가. 한 번 본 걸로 별 걸 다 기억해 내니 나도 신기했다. 그런 게 참 많다. 정말 스쳐지나가던 말이었는데, 걔는 기억도 못 할텐데, 기억나는 게 얼마나 많은지.

혼자 자문자답도 했다. '근데 얘는 왜 토목공학과인데 건축 설계를 했지?'하고 생각했는데, 대학 때는 건축 공학 전공이라 쓰여있었다.

내 글들을 다 보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무당은 아니지만, 일반인치고는 진짜 뛰어난 편인데, 이상하게 느낌이 다르단 말이다. 얼마 전에는 뭔가 충격 받고 슬픈 에너지를 느꼈는데, 이제는 그냥 데일리 체크업하는 것 같다. 거 참 무당은 아니라서 뭐라 확신할 수도 없고. 그냥 내 희망 사항이라고 하기에는, 지난 날들 내내 항상 그게 희망 사항이었다.

얼마 전 런닝맨에서, 갑작스러운 김종국의 결혼 발표를 보고 "너는 예전에 태어났으면 독립군을 했어야 돼."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시리즈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럼 역시 내 사람이다. 내 사람은 보통 사람일 수가 없다.

쇼핑 좋아했으니까 더현대 오지 않을까.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냐... 라고 여의도 이사 온 내내 생각하고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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