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 프리라이팅
신곡을 9월에 내고 싶다.
욕심이다. 11일에 출국 예정이고, 노트북을 들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속 편하게 가려면, 10일에 유통사에 앨범 자료를 넘기고 떠나야 한다. 오늘이 4일이니,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앨범 자켓은 후보 하나 만들었다.
갑자기 그러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노래는 9월에 나와야 할 것 같다. 걔도 이제 다 끝나고 한국 돌아올테니까 시기에 맞춰서 쓴 곡이다. 그래서 10월이 아닌, 이 곡의 발매일은 9월이 찍혀야 맞는 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믹싱이 9월 11일에 1차본을 보내주실 수 있다고 한다. 그땐 이미 비행기 안 인것을. 동생을 시켜서 이메일을 보내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상당히 귀찮아 할 거다. "야. 내가 지금 카톡으로 파일 4개를 보낼테니까, 내 노트북 바탕화면에 있는 파일들하고 합쳐서 압축한다음에 메일에 첨부해서 보내줘." 잘도 하겠다. 잠깐, 학교에 컴퓨터 쓸 곳이 있나. 졸업생이라도 나의 학교가 아니한가. 모른다.
통상적으로 믹싱은 2-3일이면 된다. 그럼 기한을 맞출 수 있는 다른 엔지니어를 찾아도 된다. 그런데, 앞으로 지속 가능한 앨범 발매 생활을 하려면, 저렴하고도 퀄리티에 만족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야 한다. 다른 엔지니어를 알고 있지만 가격이 두 배다. 미니 1집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믹싱 마스터링 비용을 엄청 아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5월에 유럽 갔을 때 파일 모니터링하느라 고생했다. 가격이 저렴했던 만큼, 수정 사항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처음 작업하는 엔지니어와 유럽에서 모니터링할 생각하니 좀 걱정이 된다.
젠. 장. 속이 또 한 번 뒤집힌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나의 의미 부여가 대체 몇 번째인가. 지난 번에는 내 생일과 걔 생일 3분 2초에 맞추느라 쌩쇼하고, 더 이상 이런 짓은 안 하려 했다.
신곡 발매만 4월, 5월, 8월에 했다. 그때마다 마감 맞추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발매일을 미리 잡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영국 가기 며칠 앞두고 이번 달에 내고 싶다니.
더 이상 이런 의미 부여 하기 싫었다. '이 자식은 그당시에 나를 완전히 무시했는데, 뭘 기념하긴 기념해!'싶었다. 머릿 속에 욕이 막 울려퍼지는데, 엄밀히 말하면 '쌍노무새끼'는 욕이 아니다. 엄마가 자식이 속 썩일 때 많이 하는 말이다.
가서는 뮤비도 찍어야 한다. 친구야 이번에도 부탁한다.
이야. 친구가 있었다. 영국에서 유통사에 파일 보낼 생각 하니까 도파민 터진다.
친구에게 닮은 배우라고 사진을 보냈다. 친구가 과연 진실을 알게 될 날이 있을까. 있기를 바란...다?
쌍노무시키... 몇 곡을 내야 잘 들었다는 말 할래. 오늘도 가슴에서 사리가 나온다. 그래도 괜찮다. 일주일 뒤면 난 영국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