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 프리라이팅
하루에 쓰는 브런치 글의 숫자를 제한하려고 했었다. 너무 많은 글을 쓴다는 건, 그만큼 뇌가 폭파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글을 세 편 이상 발행한다는 건, 화장실 갈 때도 가만있다가도 계속 머릿속에 글이 생성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로 끝나는 문어체로 줄줄이 재생됐다. 제발 좀 스위치를 끄고 싶고 상당히 괴로웠다. 브런치 글을 쓰는 다른 ADHD인이 있다면 나와 같은 증상이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문득 오늘 ADHD 약이 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글 하나만 쓴 걸 알았다. ADHD 약 의외의 부작용으로 이것을 들은 바 있다. 창작하는 사람들이 창작을 못 하게 된 거다. 스위치가 꺼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브런치 글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그래서 아무리 너무 많은 글을 쓰는 것이 뇌를 아프게 해도, 막을 수 없었다. 그건 입을 틀어막는 것과 같으니, 놔뒀다.
새로운 약을 시도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까 싶다. 지금껏 부작용이 없던 약은 못 봤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비상약이 제일 괜찮은데, 말 그대로 비상약으로만 쓴다. 비상시가 아닐 때 먹으면 졸려서 생활이 안 되는 걸 확인했다. 심박수를 확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당분간 글을 하나도 안 써도 좋다. 노래도 안 하고 싶어도 좋고, 곡 안 써도 좋다. 현재 우선순위는 내 머릿속 생각 스위치가 꺼지고 두통이 안 오는 거다. 비 ADHD인이 사는 것처럼 좀 살아보고 싶다.
오늘 창원 사진사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처음으로 오늘 말할 때는 사투리가 안 섞인 걸 깨달았다. 이 얘기를 하면 이 글의 카테고리가 ADHD가 아닌 '이 사랑'으로 바뀌겠구나.
오늘 이야기하면서 백그라운드에 걔 생각이 안 돌아갔다. 그동안 사진사님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사투리가 옮았던 이유는, 하루 종일 걔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그러질 않으니, 이젠 경상도 사람과 얘기해도 사투리를 안 쓴다. 원래 경상도 사투리가 옮기 쉬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냥 그리움 탓이었다. 나 빼고 모두가 이걸 알았으려나.
그렇다면 하루 3번 먹기 싫어도, ADHD 약을 하루 3번 먹으면 걔를 정말 잊게 될까. 이게 그렇게 약으로 될 일이었나.
아직도 걔에게 직접 연락하고 싶은 '나'와 가끔 싸운다. 오늘 저녁에도 그러하였다. 진작 소위 '최후의 카톡'을 보낼 수 있는, 세컨 카톡 계정이 있었다. 절대 그런 짓은 안 할 거라고 해도, 종종 그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걸 계속 막아왔다. 차단해서 절대 안 푸는 사람에게 다른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건 이 얼마나 민폐인가 싶으면서도, 그마저도 차단 당했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병원 입원시켜달라 할 거 같다. 난 내 가족을 찢어놓고 싶지 않다. 충동이 매번 눌릴 수 있는 건, 나를 보호하는 것이 너무 중요해서다.
사람이 1년 반 전에 한 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던 건 치료의 영역이었다. 무언가 일상 생활을 심히 방해한다면, 그건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최면 치료를 받기 전인 8월 15일까지 내내 그러하였다. 드디어 아침에 눈 떠서 자기 직전까지 항상 디폴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절반 정도 생각 나고 말은 아예 안 떠오른다. 아직도 이 상태가 낯설고 이상하다. 그런데 ADHD 약을 시도해보기로 한 이후 더욱 생각이 안 난다면 어떨까.
이 약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