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국은 한국 돌아갈 때 돌아가기 싫을 것 같지가 않다.
일단, 2주다. 작년 8월, 12월, 이번 5월 전부 일주일이었다. 그래서 제발 하루이틀만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이번엔 과감하게 2주로 잡았다. 그럼 이젠 영국에 며칠 정도 머물러야 제일 적당한지 알게 될 거다. 그동안 해외 여행하며 느꼈던 건, 집 떠나 2주면 집 가고 싶다. 아마 이번에도 열흘쯤부터 가고 싶지 않을까 추정한다. 밥이 문제다. 인스타에서 '노동은 유럽에서, 식사는 아시아에서'라는 걸 보고 박수 쳤다. 기숙사 살 때도 한인 마트에서 배달시키는데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으며, 아침이고 점심이고 햇반에 반찬 먹었다. 그렇게 한인 마트에 돈 많이 쓰는 한국인 유학생도 없었을 것이다. 호텔에선 그게 여간 어려우니 문제다. 집밥은 사랑입니다.
5월에도 돌아오자마자 당일에 유통사에 자료 넘겨야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무의식이 이끄는 거 같다. 30일은 신곡 발매, 다음 달도 재미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4일은 서울에서 실내 공연, 17일과 18일은 여수에서 야외 공연이 있다. 그사이엔 추석이 있는데, 창원 갈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작년 추석에도 가더만, 이러면 영국 오빠 말대로 진짜 제 2의 고향이 소튼이 아니라 창원 된다.
11월엔 일본인 친구가 한국 오고, 12월엔 영국 오빠가 한국 온다. 한국에는 전부 50대 지인만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펍 가서 수다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오거나 내가 가야 가능하다. 남은 올해는 그 욕구가 다 충족이 된다. 내가 술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하고, 펍 가는 걸 무슨 애가 놀이동산 가는 것 마냥 좋아하는 이유는, 영국에 살지 않던 이상 일 년 중 한 손에 꼽히는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꼭 혼술 하면 되지 않냐던 말 안 통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혼술 하면 목구멍에서 막혀서 안 넘어간다. 말할 사람 없으면 서점 갈 것이지 펍이나 카페 갈 이유를 못 느낀다. 한국말로 말하듯이 글을 쓰다보니, 과거 데이터가 자꾸 방해될 때가 있다. 독자들은 내가 겪은 짜증나던 한국인들이 아니라고 좀 믿자.) 이번엔 한국 돌아가도 11월과 12월 친구들이 오니까 괜찮다. 할렐루야.
갑자기 좀 슬퍼졌다. 영국에서 한국 돌아오는 걸 싫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후에 한국에서 무슨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친구들이 다 한국 올 거라는 걸 떠올려야 된다는 거 아닌가. (얕은 한숨) 이거 참 신나게 말할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연명하듯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할 거다. 남은 올해 하반기는, 그동안의 시간 중에 제일 낫다. '아악 돌아가면 친구 없어', '아악 돌아가면 뭐 하고 살아'가 아니라, 돌아가면 공연 준비하고 기다리면 친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