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장 상사였던 것도 아니고, 동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도 아니다. 나보다 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분들이다. 나는 이런 '친구인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너' 사이를 좀 만드는 게 좋을 거 같다. 역시 한국이나 영국이나 4050대가 좋은 건가.
학교 가서 만날 사람은 세 명이다. 한 분은 음악학부 교수로, 이번 소튼 행사도 이 분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다. 물론 이미 런던에 환불 불가 호텔을 잡아놔서 왔다갔다하기 귀찮지만, 그래도 알게 되어 참여할 수 있단 게 정말 감사하다. 그 귀찮음을 뛰어넘는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기록이 남는 공연이다.
다른 한 분은 5월에 간다고 했을 때 답장이 없었어서 꽁해져있었다. 두 번 메시지 보냈는데 말이 없어서 더 얘기 못했다. 그런데 이 분은 좀 다르다. 한국에 출장 왔을 때도 만나서 경복궁에서 굉장히 좋은 추억을 쌓은 경험이 있다. 그렇게 외국인 친구 놀러오면 가이드하기 좋아하는데, 참 뿌듯하고 좋았다. 그래서 '5월에는 사정이 있었겠거니'하고, 이번엔 메시지가 아닌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답이 왔다.
다른 분은 학생 때에 이어, 5월에도 커리어 상담을 받았던 분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하필 이번주까지만 일하고, 다음주부터는 출산 휴가라고 했다. 너무 축하할 일이지만, 하필 다음주부터라 아쉬웠다. 이제 내년 10월에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에 영국을 최소 1번에서 2번은 더 갈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분을 만나 '도대체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얘기해보려 한다. 5월에 갔을 때는, 영국보다는 아시아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렇게 나는 휙휙 바뀌기 때문에, 계속 상담이 필요하다. 졸업 후 5년까지 언제든지 온, 오프라인으로 커리어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장점이다.
내가 저 사람에게 뭔가 얻을 수 있는 점이 있단 걸 알면, 상처를 덜 받는다. 학교 사람들에게는 한국과 kpop에 관련해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얘기했다. 학생이었다고해서 내가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무보수로 나도 많이 도와줬다. 그런 지인 사이가 나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비슷해버리면, 내가 친한 친구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 나만 연락하다 나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나도 완전히 친구라는 자각이 안 되는, 지인들이 있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