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 사랑

너의 논문은

by 이가연

어딨냐.


작년에도 걔 논문이 읽고 싶어서 온라인을 뒤지며 생쇼를 했다.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혹시나 올라와있나 싶어 두 번째 생쇼를 했다. 역시나 없다. 이번엔 더 과감하게 이곳저곳 학교 도서관에도 메일을 보냈는데 소득은 없다.

애초에 석사 논문은 도서관에 저장되어있지 않다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보니, 학사 및 석사 논문은 없다고 학부에 연락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차마 그건 못하겠다. 너무 부끄럽다. 음대 졸업생이 이상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내가 열람 요청했다는 것이 걔 귀에 들어가면 이야... '진짜 가지가지를 한다. 가지가지를 해.' 싶을 거 같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싶긴 하다.

두 번째는 어차피 다음 주에 도서관에 가니, 사서를 붙잡고 일단 물어보는 거다. 그럼 뭐라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학교 학생 논문인데 방법이 없단 건 말이 안 된다.

어쨌거나 논문을 볼 수 있다고 타로에 떴다. 당장 안 급하다. 어차피 지금 있어봤자 비행기에서 인터넷 없이 못 읽는다. 챗지피티 없이 책 제목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건 걔 관련 질문이다. 내 타로는 다른 건 다 맞는데 걔만 안 맞는다.

내 타로가 맞다면 걔 심장에는 이미 칼 세 자루가 박힌 기분 이어야 한다. 하긴 내 심장에는 이미 칼 세 자루가 박혀있다. 하나는 걔가 꺼지라 했을 때고, 하나는 마지막 전화했을 때고, 하나는 내가 영국 다시 왔다고 말했는데 메일도 차단한 것 같았을 때다.

논문을 구하기만 하면 이해를 도와줄 분이 계시다. 사진사님이 창원 출신만 같은 게 아니라, 공대 박사이시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내 애는 아닌데 그래도 걔 핏줄이니까 찾는 느낌이랄까. 비유가 이상한가. 전혀 관심 없는 분야지만, 온라인에 흔적이라곤 참새 눈곱만큼 있는 걔가 뭐라도 발행해둔 게 아닌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국 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