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 프리라이팅
이야 똑같이 생겼다. (양심을 갖다 팔며) 그.. 그렇지만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 제일 둘 다 닮은 건 사.. 실이다.
급히 공연 준비를 했다. 엠알은 미리 스탭에게 메일로 보내고, 무슨 멘트를 할지 중얼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자작곡 소개할 때 사적인 얘기하지 마라.'
엠알만 들어도 누가 심장을 쥐어뜯는 것 같달까. '그런 너라도', '아직, 너를' 등 다 그렇다. 유학 가기 전에 발매했던 곡들만 안전하다. 그런데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은 다 이후 곡들이다. 사실상 멘트를 안 해야 하는데, 한국 노래들이기 때문에 곡 소개를 아예 안 할 순 없다. 그래서 '가사 소개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 곡을 영국에서 공부할 때 썼는데, 내가 사우스햄튼에 살 때 어쩌구 저쩌구'하는 순간 또 작년 1월처럼 노래하다 울 거 같다.
예를 들어, '그런 너라도'는 작년 8월에 절박하게 소튼 왔던 기억, '너도, 알겠지'는 처음 유학 시작했을 때 같이 어울려 지내던 기억이 너무 영화 장면처럼 강해서 도대체 언제쯤 이 노래들을 부르면서 괜찮을지 모르겠다. 못할 것 같으면 과감히 현장에서 판단하고 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렘을 느끼기보다는 내내 머리 터지게 바쁜 하루였다. 봉사도 다녀오고, 신곡 믹싱 수정 때문에 하루 종일 애도 먹었고, 노래 연습하다가, 일본어 수업도 들었다. 유심 신청하고, 공항버스 시간표 보고, 짐 챙기는 현실적인 건 아주 손톱 깎듯 익숙하게 해치웠다. 문득 공항 도착해서 호텔까지 어떻게 가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도착해서 찾아보면 되지... 이런 거 마음 편하려고 영국 가는 것이다..
이렇게 무미건조하다가 영국 공항 도착하면 얼마나 설렐까. 여기서 '쌍노무새끼...'하고 읊조리면 안 되는데 너무 보고 싶다. 진짜 이번엔 걔랑 밤에 통화하면서 걸어가는데, 기숙사 다 온 거 알면 끊으라고 할까 봐 멈칫거렸던 그 앞까지 가볼 거다. 내가 가만히 보름달을 쳐다보고 있자, 지금 달 보고 있는 거냐며 웃고 지나가던 영국인이 있던 곳.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밀크티가 팔던 그곳. 세상에서 가장 ㅅ.. 사.. 사... 릉하는 ㄱ.. (문장을 끝내지 않겠다.)
다시 심장 뛰는 걸 느낀다. 세븐 시스터즈에서 주변에 사람 없으면 '아악!! 사랑해' 한 번 할까. 이번엔 어떤 뮤비를 찍어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