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 즐거운 소비

by 이가연

'얘 여기 사는 건 아니겠지?' 싶던 건 영국 오빠의 꿈 때문이기도 하다. 내 꿈도 아니고 오빠 꿈인데 예지몽이면 안 되겠나. 집만 있으면 6개월치 생활비는 있고, 한국인은 합법적으로 6개월까지 살 수 있고, 그 안에 면접 보러 다녀서 일을 구하면 되는 그런 상상이 들었다. 이런 건 정말 영국 오빠에게만 공유해 봤는데, 근래 '어디까지 솔직히 쓸 수 있을까' 스스로 밀어붙이고 있다. 하하하하하


쇼핑은 목적 있어야만 한다. 보통 그 목적은 공연 의상이다. 한국에는 참으로 원피스가 안 판다. 오프라인은 아예 팔지를 않고, 온라인은 다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이태리든 영국이든 외국은 그냥 아무 옷 가게나 잠깐만 봐도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금방 찾는다. 그래서 이번에 올 때 '반팔 원피스 하나 사와라' 스스로에게 미션을 줬다. 외국에서 그동안 긴 팔 원피스만 샀기 때문이다.

상점에 들어갔다. 5분 만에 하나 골랐다. 입어봤다. 5초 안에 산다고 결정했다. 쇼핑 끝. 내가 원피스를 사러 갔는데, 원피스가 아닌 다른 걸 입어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걔 밖에 없다. (이런 게 날 미치게 한 것이다! 내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나를 조종했다! 엄마도 못 하는 것을!)

책 세 권만 사야지.
런던 발 들이자마자 두 권을 사며... (다른 두 권은 한국 서점에 더 싸게 파는 걸 확인하고 저장해 뒀다. 평소 2주면 7권씩 사 오곤 한다.)

가서 감자튀김 좀 안 먹어야지.
첫 점심으로 피시 앤 칩스 가게를 들어가며...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이 한국보다 잘하는 음식이 내가 경험한 바로는 딱 피시 앤 칩스와 밀크티 밖에 없다. 밀크티는 엄밀히 말하면 영국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잘해놓은 거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가계부를 쓰는 중이다. 하루에 10-15만 원 쓰는 게 목표다. 원피스 값 제외해도 이미 오늘 15만 원 넘었다. 심지어 오늘은 기차도 안 타지 않았다. 내일은 기차 값만 6만 원 쓰는데, 가능할까. 가능하다. 오늘은 박물관 입장료만 거의 5만 원을 썼다. 용케 그래도 기념품은 안 샀다. 내일 기차 외 예상되는 추가 지출은, 친구랑 펍 가서 약 3만 원뿐이다. 내일 아침, 점심 먹을거리는 이미 사 왔다.

잘한 소비 : 피시 앤 칩스. 역시 영국 대표 요리다.
아쉬운 소비 : 박물관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2만 원이면 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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