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15만원 지출을 목표 삼고 왔다. 실상은... 3일 동안 각각 26, 27, 28만원 썼다. (그것도 아직 교통비는 카드 사용내역에 안 떠서 미포함이다. 하루에 1-2만 원씩 더 추가 된다. 여긴 한 번 전철 탈 때마다 5천 원 넘는다. ) 사실상 목표로 잡아야했던 금액은 20만 원이다. 왜 이걸 몰랐는가. 싶었는데 그동안 여행하면서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쓰며 지출에 신경 쓰는데도, 웬만해서는 끼니를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해결하는데도 이 정도라니... 놀랍다. 음식을 안 가져왔으면 하루에 3만 원씩 추가 지출했다.
그런데 지출에 만족스럽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든 이유는, 13, 14만 원 했던 원피스 두 벌과 갑자기 예매한 토토로 연극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사고 싶은 원피스가 전혀 안 보였는데, 영국은 무슨 가게 하나 들어가기만 해도 빠르게 마음에 드는 하나를 사서 박수를 쳤다. 역시 선호하는 옷 스타일도 외국이란 사실에 뿌듯하다. 한국은 외국 브랜드 매장을 가도 정말 아무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공연 의상이 당장 필요한데 스트레스 받았다. 내년 여름은 이 두 벌로 하면 된다.
또 어제는 슬리데린 가디건도 샀다. 영국에서 아주 잘 입고 다녔던 추억의 가디건인데, 어디선가 잃어버리고 한국 돌아왔기 때문이다. 상당히 아쉬워했다. 똑같은 건 안 팔았지만, 더 따뜻한 것으로 샀다. 어차피 슬리데린 가디건이니 색깔은 초록색으로 같다. 그때는 그냥 얇은 가디건이었는데, 이번엔 안에 기모가 장착되어 10월쯤 입으면 될 거 같다.
은근 3일 동안 먹을 복도 있었다. 어제 환상적으로 맛있었던 미슐랭 파스타를 차치하더라도, 펍에서도 정말 맛있는 감자를 먹었다. '영국은 감자가 맛있어.'하며 시켰는데 역시였다. 소스가 맛있었던 거 같다.
사실 엄마가 옷 사라고 20만 원 줘서, 그렇게 많이 지출한 것도 아니다. 하나하나 보면 다 필요한 데에 썼다. 반팔 원피스는 한국에서 사려고 알아보다가 너무 열 받았었고, 슬리데린 가디건은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컸던 옷이다. 원래는 한 십만 원 해서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데, 세일해서 6만 6천원 했다. 안 그랬으면 아무리 잃어버렸던 아쉬움이 커도 그렇게 바로 사긴 어려웠다. 거기 직원이 참 친절하게도 입어볼 수 있다고 해주고, 입으니까 볼 수 있도록 거울도 들어주고 해서 좋았다. 안 입어봐도 어차피 살 생각이었는데, 입어보니 찰떡이었다.
지출할 때마다 가계부를 쓰는 것 자체로도 잘하고 있다. 물론 9일 남았는데, 적금 안 깨면 남은 돈이 160만 원이어서 이제부터는 하루에 15만 원을 목표로 해야 한다. 오늘 드디어 본머스로 이동한다. 지금까지 런던 호텔은, 커피 포트가 너무 더러워서 끓는 물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햇반을 중탕시켜 먹기만 했다. 호텔을 이동하면 가지고온 짜파게티 등을 먹어서 식비를 더 줄일 수 있다.
오늘도 본머스에서 오픈 마이크를 생각 중이다. 그럼 4일 연속 공연이다. 지금껏 3일 연속 공연해본 적도 없어서 이미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이렇게 아무 때나 가서 노래할 수 있는 펍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