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들 도어 다녀오길 아주 잘했다. 일기예보를 봤을 때에도, 딱 어제 아침 아니면 금요일밖에 안 될 거 같았다. 어제도 갔다오자마자 날이 흐리고 비가 흩날렸다.
바람이 무슨 태풍 수준이었다. 기온 자체는 18도라 괜찮은 가을 날씨인데, 바람만 안 불면 안 추울 거 같은데, 머리카락이 아주 춤을 췄다.
발 아프니까 sightseeing bus(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관광 버스. 도저히 발 아파서 못 걷겠을 때 파리에서 맛 봄.)를 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저히 구경할 날씨가 아니라서 금요일로 미뤘다. 내일 목요일은 소튼 학교 갈 예정이다.
바닷가 벤치에 앉았다가 바람이 너무 심하여 바로 앞에 보이는 카페로 갔다. 카페는 나와 점원들 제외한 한 스무명이 전부 70대, 최소 60대로 보였다. 한국이었으면 어디 정말 시골도 아니고, 상상도 안되는 일이다. 그래도 해변가에 대관람차도 있는데 말이다. 날씨가 매우 구려서 관광객이 없어서 그렇다. 브라이튼이 강릉, 속초라면 본머스는 여수 정도 아닐까.
유학 시작부터 내가 언제 어느 도시를 갔는지 기록해뒀다. 본머스는 이번이 8번 째다. 이번엔 아예 숙박하는 거니, 한 번으로 칠 거다.
9월 말부터 4월까지, 그 6개월 체류하는 동안 7번을 갔으면 질려서 다시 안 가고싶을만 하다. 무엇보다 친구가 5월부터 본머스를 떠나 워딩 본가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나와서는 바로 앞에 보이는 아쿠아리움에 갔다. 본머스에 처음 와본 게 2023년 9월 26일이니, 딱 2년 만에 다시 갔다. 그땐 정말 대충 봤는데, 사실 내가 어딜 가도 그게 산책인지 관람인지 모를 정도로 대충 보는데, 이번엔 제대로 구경했다.
첫째는 어차피 밖에 나가봤자 할 거 없고 여기가 제일 흥미롭기 때문이고, 둘째는 가계부 쓰느라 돈 아깝지 않게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6일 차라 누적 피로로 힘들어서 도시 밖을 나갈 생각은 아예 안 들었고, 도시는 도저히 걷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저 작은 아쿠아리움을 1시간 반 가까이 봤다니, 그 큰 여수 아쿠아플래닛도 1시간 봤던 거 같다. 이번엔 펭귄 먹이 주기도 보려고 거의 30분을 기다렸다. 어떻게든 뽕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바람직하다. 수달, 상어, 대따 큰 거북이, 펭귄, 가자미, 니모 친구들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어떤 여자 아기가 수조 보면서 "Hello"를 무한 반복하는 게 귀여웠다. 여자 아기고 남자 아기고 서양 애들 왜 이렇게 이쁜지 모르겠다고 또 한 번 생각했다. 동물 구경 재미 반, 애들 구경 재미 반이었다.
어제 갔던 워터스톤즈도 또 갔다. 여행 코너에서 한국 여행 책을 집어들었다. 전부터 '외국인처럼 한국을 여행하듯 살면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영어 가이드북이 있으면 더 나의 뇌를 그렇게 세팅하기 쉽겠다. 다른 서점에서도 좀 더 보고 한 권 사갈 예정이다.
'far from perfect, but are improving'은 영국식으로 해석했을 때 거지 같다는 뜻으로 들린다. 발전하고 있다는 건 훌륭하나, 퍼펙트가 아니라 아직 다니기 어려운 정도라 본다. 당연히 저기 나와있는 것처럼, 인천공항과 비싼 호텔들은 잘 되어있을 거다. 할인 및 무료 입장도, 장애인 등록증 없으면 안 된다고 하는 데가 많을 거다. 한국은 한국 번호가 없어서 본인 인증이 안 되는, 외국인 장애인이 올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시스템을 만든 거 같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