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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27 8일차입니다만

by 이가연

투어 버스 타려는데, 아저씨가 학생 티켓으로 줬다. 이야 거기서 "엇 저 학생 아닌데요." 할 필욘 없죠. 3800원 아꼈다. 하루 시작이 좋았다.

천장이 뚫린 2층 버스 자리에 앉아서 바람이 엄청 불었지만, 가디건 하나로도 춥진 않았다. 버스 타고 쭉 공원도 보고, 바닷가도 보고, 시내도 봤다.

내려서는 브로큰허스트 가서 당나귀들 보려했는데, 그러려고 기차역 가는 버스 탔는데, 그냥 호텔 앞에서 내렸다. 투어 버스 타는 1시간 반 내내 앉아있었는데, 이게 일어났을 때부터 발이 너무 아팠던 거라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두유를 하루에 두 개씩 먹는다. 아침에 하나, 저녁 먹고 하나다. 안 가져왔다. 지나가다가 한인 마트가 있어서, 두유 하나 달랑 사서 쪽쪽 빨며 호텔로 들어왔다. 언젠가 소튼에도 한인 마트가 생긴다면.. 진짜 진작 왜 안 생겼냐고 원망할 거다. 옆동네 본머스는 서울 플라자가 두 개씩이나 있는데, 소튼 분발하라.

투어 버스 하나 타고, 중간에 내리지도 않았으니, 진짜 얼마 안 걸었다 생각했다. 그런데도 30분 3천 보 찍혀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낀 걸 생각하면, 30분도 많이 걸은 거긴 하다.

그런데 '무리한다'의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잘 아는데, 이 상태면 내일이면 거의 절뚝이며 걷는다. 내일은 워딩으로 저 캐리어 끌고 이동도 해야하는 날이다. 본머스에서 마지막 스케줄로, 수요일에 했던 누드 드로잉을 또 신청했다. 내일은 정말 그거랑 호텔 체크인만 잘 하면 될 거 같다. 그리곤 저녁에 친구랑1분 거리 펍에 가면 된다.

사실 당장 오늘 아직 2시 밖에 안 됐는데, 이 발로 걸을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하하. '누가 여행 와서 이렇게 못 나가고 호텔이냐' 싶은데, 애초에 2주 여행 와서 공연 3번하고, 누드 드로잉 세션 2번 듣는 것도 되게 특이하다. 누가 그러냐. 나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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