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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28 동네 한 바퀴

by 이가연

핸드폰 케이스에 카드가 두 장 들어있다. 하나는 집 키고, 하나는 체크카드다. 카드 찍으려고 딱 케이스를 여는데, 체크카드가 없어서 2초 동안 멍해졌다. 그때 바로 옆에 남자가 카드를 건넸다. 케이스를 열면서 떨어트린 게 분명하다.

유럽에 소매치기만 있는 거 아닙니다 여러분.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예요. 유럽이라고 다 테이블에 노트북, 휴대폰 두고 다니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소튼 살 때, 밀크티 집에서 자주 그랬어요. 물론 저도 밀크티 집은 하도 단골이라 믿은 게 있습니다..

10시에 이어, 4시 투어 버스를 또 탔다. 근 72시간 중에 제일 맑은 하늘을 봤다. 오늘 아침만 해도 좀 흐렸다. 투어 버스 티켓은 24시간과 48시간 유효한 티켓이 있는데, 뭐 그렇게까지 많이 탈 것도 아니고 보통 24시간 티켓을 산다. 파리에서도 대략 두 바퀴 탔었는데, 그땐 중간중간 좀 내렸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두 바퀴 탄 건 여기가 처음이다. 심지어 두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탔다. 확실히 시골 동네다. 덕분에 발 때문에 못 걸어도, 하루를 아깝지 않게 조금은 즐겼다. 지금은 결국 하나 가져온 파스를 붙이고 있다.

어제 만 보 이하로 걷는 게 목표라 했는데, 일어나 보니 상태가 좀 더 심각했다. 오늘은 5천 보 걸었다. 여행 와서 이 정도는 처음이지 않을까.

이제 4일 남았다. 다리와 발 상태만 생각하면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이래서 아프지 않게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사건인, 작년에 확 한국 들어온 사유가 '몸살로 아파서'였단 걸 생각하면, 다시금 되뇌어본다. 아프면 끝장이다. 가뜩이나 ADHD인데, 아프면 정상에서 더 벗어난 말과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워딩으로 이동하면 처음 가보는 도시라 더 도파민이 뿜뿜 해서, 발 아픈 것도 잊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한 오늘 이 정도면 최선을 다해 쉰 것이니 내일은 괜찮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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