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야. 보통 사람이면 박사 저걸 하면 졸업하고 뭐할까 생각하지 않나. 아무 생각 없네. 어따 써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싶었다. 나는 뭔가를 할 때, 내가 원해서 한다. 나중에 어디 써먹을 그 계산이 안 된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원하지 않으면, 그 어떤 기력도 할 생각도 안 나는 게 ADHD다. (그래서 이 닦기, 샤워, 밥 먹기 같은 매일 해야하는 일에 진절머리 난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폐 아동 뮤직 테라피 박사를 해도, '박사 해서 뭐하게?' 라는 굉장히 한국식 질문이 팍 들어온다면, 또 극혐할 거다. 하도 당한 게 많아서 이제 예상 질문을 안다.
없다. 저 박사로 뭘 하고싶은 거 없다. 음악 치료사가 되려는 생각도 없고, 저걸로 교수가 될 생각도 없다. 저거 자체가 하고 싶다. 유명한 가수 될 때까지 그거에만 목 매지 않고 다른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다. 연구 주제가 흥미로우니까. 나도 자폐에 대해 알고 싶으니까, 공부하고 싶으니까. 내 갖가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학위를 따면 이러는데 도움이 되고, 여기 취직하는데 도움이 되고 어쩌고 생각하는 게 뉴로티피컬의 특징인가, 한국인의 특징인가. 사실 모르겠다. 난 필요에 의해 딴 자격증, 본 시험이 하나도 없다. (유학에 필수로 필요한 영어 시험 제외다.)
이런 나에 대해 잘 모르던 20대 초반에 무당도 나에게 그랬다. 보통 사람들은 하나에만 목매다가 좌절하고 힘들어하는데, 나는 그것만 간절하게 매달리는 게 아니라서, 좌절하지 않고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다가 어쨌든 유명해지는 걸 이룬다고 했다. 그래서 난 이런 나의 특징이 자랑스럽다.
하고 싶은 게 가수밖에 없으면, 난 아마 우울증의 노예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하고 싶은 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것 말고도 많다. 외국어하는 것, 아이들 만나는 것, 봉사 다니는 것 (사회에 기여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저 박사 과정이 그러하다.) 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태어나 이루고 싶은 것 단 한가지를 고르라면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인데, 석사 학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박사 학위는 더더욱 필요 없다. 나는 이렇게 늘 내가 당장 좋아하는 것을 좇아 살 거다. 그게 늘 정답이었다. 어차피 ADHD는 본인이 싫어하는 일은 아예 쳐다도 못 본다. 안 보는 게 아니라, 못 본다.
그런 ADHD가 하고 있는 일이 놀이처럼, 돈 안 받아도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이 사람들은 슈퍼 파워를 발휘한다. 나는 달리는 스포츠카다. 그러려면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비포장 도로다. 스포츠카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시골 길 걷던 사람도 그런 차를 본 적이 없으니 한 번씩 쳐다본다. 한두명도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이 다 쳐다보면 그때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어와서 그래요'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또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장소에 있고 싶지도 않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비유에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