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장 보면 안 되고, 다리 아플 때 의자 사면 안 되고, 미쳐버릴 때 비행기 끊으면 안 된다. 8월, 12월, 5월 항상 일주일씩 왔으면서 이번에 처음 2주 왔더니 극기 훈련이다. 지치고 아픈 발을 위한 입는 파스를 샀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양말 파스라 부르겠다. 양말처럼 30분 동안 신고 있는 파스다. 다음부터 필히 최대 8-9일 오겠다. 나중에 바빠져서 영국을 짧게밖에 못 오게 된다면, 기억하겠다. 어차피 일주일이 딱 좋다.
발바닥 주물러주고, 밖에 나갈 때도 양말 신고 나가는데 나아질 기미가 잘 안 보인다. (양말 신는 거 안 좋아한다. 모자 쓰는 거, 가방 들고 다니는 거 등 거추장스러운 거 싹 싫어한다. 내가 보기엔 그래서 누드 모델도 할 만해 보이는 거 같다.)
2박 3일 남았다. 아직도? 싶었다. 런던에서 첫 공연한 지 3주는 된 거 같다. 영국 살 때 딱 이랬다. 일주가 이주 같고, 이주가 한 달 같았다.
오늘 세븐 시스터즈 갈 계획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삭제되었다. 왕복 4시간 반이기 때문이다. 내일이든 모레든 막판 에너지가 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냥 워딩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 먹고 호텔 들어오고, 점심 먹고 호텔 들어왔다.
이건 여행이 아니다. 비즈니스 트립이다. 초반엔 공연 3일 연달아 때리고, 중반엔 폭풍 진로 고민 때리고, 후반엔 이틀 연달아 공연할 예정이다. 대~단하다.
양말 파스 덕에 그래도 걷긴 걷는다. 어제는 만 2천보, 오늘도 벌써 만 보 찍혔다. 여행 와서 이거보다 덜 걷기는 힘들다. 그냥 내 발이 문제다. 이렇게 걸었지만, 먹는 게 다 기름져서 살은 안 빠졌을 거 같다. 안 쪘으면 다행이다.
친구가 추천해준 그리스 음식점에 왔다. 제발 맛있길. 소튼에서 그리스 음식점에 한 번 간적 있는데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