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뉴로티피컬(ADHD, 자폐 등 신경 다양인이 아닌 사람)이 아니었던 거 같다.
일단 첫째는, 내가 신경 다양인 얘기를 할 때 본인도 자폐는 좀 있는 거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둘째는, 그러고보니 ADHD 기질을 전혀 안 가지고 있는데, 왜 그동안 나랑 맞았을까. ADHD 기질 없는데 나랑 대화가 통해서 친했던 사람이 없다. 다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 맞다. ADHD가 아니라고 뉴로티피컬이란 소리가 아니다. 깜빡했다.
마지막은, 지금 '일반인(뉴로티피컬)이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이 든다. 어제는 공연할 펍을 찾아 헤매는데, 내가 한 펍에 들어가 묻자, 직원이 자기들 오픈 마이크는 안 한다고 누가봐도 퉁명스럽고 그 말 듣고 바로 나도 나가려했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가 더 물어보고 앉아있었다. 혼자였으면 그 말 들은 즉시 나갔을텐데, 힘들게 얘 때문에 30초는 더 체류해야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니 딱 봐도 직원이 거부하는데 왜 내가 그 자리를 바로 못 떠나게 하는 거야.'하고 화가 난다. 내가 거절 예민이 정말 심하다고 계속 얘기해왔는데, 공연을 하게 해주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계속 그 장면이 생각이 나면 날수록 내 두뇌가 질색한다.
한마디로 친구가 눈치 없게 군 거다. 내가 무언가 극혐하고 질색한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내 안에 없는 모습이면 그러지 않는다. 딱 봐도 그 펍의 직원은, '썩 꺼지시지" 냄새를 풍기고 있었는데, 나도 이미 상처 받아서 당장 나가려는 뉘앙스였는데 친구가 그걸 못 읽었다. 일반인이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진단 이후로, 다른 사람들도 '일반인이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싶으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이 촉을 발휘하는 게 맞는 거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친구와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는 자각이다. 지인만 가능할 것 같다.
어제 질문하는 거 가지고 또 한 번 화냈다. 진짜 너무 싫어한다고 그동안 최소 7번은 말했는데 또 정말 대답할 가치를 모르겠는 질문들을 해서 화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문자로 말했어도, 만나서 또 그랬다. 내가 한국 음식 준다고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보여주자마자 막 질문 연달아 하려길래 "내가 설명할게."하고 화내진 않았지만 속은 화나서 말 끊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아예 싫다고 말할 때마다 너무 슬프다. 정말 질문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오빠가 어쩌다 물어보는 질문들은, 전혀 기분 나빠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아주 대답하는 게 신이 난다. 대화가 생산적이고, 생각의 흐름 수준이 맞기 때문이다. 엄청 똑똑한 거다. 사실 그렇게 말하지만 정말 별 대화 아니다. 내가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죄다 너무 이상하다. 그들이 보기엔 내가 이상할 거다.
당연히 봉지에 한국말로 써있으니, 지금 설명하려고 하고있는데, 그 사이를 못참고 질문을 연달아 한게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민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문자로 정말 너무 싫다고, 대화를 당장 안 하고 싶다고 단단히 말해놨는데 만나서도 똑같다는 건, 내가 맞춰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가 목 졸리는 기분이 사라질 수도, 얘가 그 즉각즉각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질문을 안 할 수도 없다.
친구랑 좋은 시간 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구를 잃어서 돌아간다니. 소튼에서 지지리 궁상 떨까봐 안 갔더니, 오히려 다른 도시에서 다 불만족하고 돌아간다니. 지난 2주를 돌아봤을 때, 런던에서 하루를 제외하고, 소튼 공연과 소튼 학교 갔을 때가 제일 좋다니. 전부 예측과 기대 밖이었다.
워딩 가기 싫고 소튼에 3박 4일 호텔을 다시 잡고 싶었는데. 그럴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극혐할 줄 알았으면 그냥 지를 걸 그랬나 싶다. 촉을 따라가기엔 현실적 문제가 있으니, 안타깝다. 이 친구도 진작 화를 많이 냈었는데, 다른 친구가 없어서 만나온 게 아닌가하는 그 현실에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머리 아프려고 온 게 아닌데,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