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은 100에서 -100, 한국은 30에서 -30라는 말이 한국에선 영국의 100에 꽂힌다. 그런데 막상 영국 오면 그 -100에 미쳐버린다. 그 100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100은 당연한 게 되어버리고, -100에는 날뛴다.
2. 일상 속에서 기분 좋을 일도 많고, 기분 나쁠 일도 많다.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크다. 점원들의 인사 하나하나에 기분이 좋아지지만, 빨리빨리의 한국이 아니라서 속 터질 일도 자주 있다. 돈 썼는데 열 받을 일이 많다. 비싸다고 맛있지 않다.
3. 영국을 알아버린 이상, 한국 그 어디에도 고용되긴 불가하다. 한국 사회가 결코 납득이 안 된다. 다만, 과연 나는 영국에 살 수 있는 건강을 갖추고 있나. 영국에서 갑자기 한국 돌아간, 그 끓는 점을 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신체 건강이었다. 그리고 나는 정신 건강에 따라 신체화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신체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는 건, 바로 바로 병원 갈 수 있는 한국 뿐이다.
4. 영국 펍에서 친구와 수다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친구 별로 안 좋아한다. 어차피 펍은 혼자 못 간다. 혼자 가는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똑같이 싫어한다. 한 번 혼자 있어 봤는데 시간, 돈, 감정 낭비로 느껴졌다. 편안히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영국의 감성 인테리어와 분위기도 아무 짝에 소용이 없다. 한국에서는, 영국 펍이 그리워서 '혼자라도 가서 분위기 즐기면 안되나' 생각할 거 같은데, 되게 싫어한다.
5. 어차피 한국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지금 아무도 없다. 봉사 학교를 제외하고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영국에 오게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거다. 영국이 아무리 지지적인 환경일지라도,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나.
한국은, 분노하고 차단해도 나에게 큰 손해가 없었다. 계약 그렇게 집어치워도, 한국은 소송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기대치가 매우 낮고, 영국은 높다. 그건 분노할 리스크도 높인다. 나를 분노하게 하는 사람을 차단하지 않는 능력이 지금 없다. 그게 상사건 동료건 그렇다. 여긴 그렇게 못 그만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