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막을 수 있을까

by 이가연


왜 통제할 수 없이 분노할까. 좋아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마음이 없으면 그렇게 와다다 장문으로 보낼 일이 없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만난 적 없는 사람이면, 딱 그 정도 화에 그친다. 장문의 공격은 늘 소중했던 사람이다.

좋아했던 만큼 많이 참았기 때문이다. 참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썩은 내가 난다.

그렇다면 첫째, 사람 보는 눈을 키우고 기준이 확실해야 한다. 남녀노소 사람을 아무나 다 좋아하지 말고, 나에게 그만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봐야 된다. 물론 이게 말이 쉽다. 카톡은 이제 두 번 선톡해서 두 번 다 씹히면 포기한다. 사실 당연한 일인데, 나는 그것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엔 메일도 알게 됐다. 메일도 두 번 씹히면 포기해라.

둘째, 그때그때 말해야 한다. 이것도 말이 쉽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해야 된다. 진작 내가 분노하지 않고, 화 정도 레벨에서 정돈되게 말했다면, 상대방은 무조건 사과해야할 일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분노해서 차단하면 상대방의 사과를 못 듣는다. 그럼 나에게도 해결되지 않는 사건으로 남는다.

분노가 아닌 화 단계에서 내야 한다. 정돈된 어투이기만 했다면, 그보다 두 세배는 더 길게 더 화냈어야 맞다. 다만 진작 그랬어야 했다. 내가 이미 마음을 줬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건 그 타이밍이다.

셋째, 상대방에게 직접 할 수 없어도 계속 표출이 되어야 한다. 걔를 예를 들면, '쥐띠라서 쥐새끼가 아니라 진짜 쥐 닮았던 거 같애 시골쥐새끼' 하며 (안 읽겠지. 미안하다.) 물론 그건 진짜 욕하는 게 아니라 애정 섞인 말이지만 표출을 했다. 혼자 중얼거리고, 영국 오빠에게 골백번도 더 말하고, 이렇게 글로도 자주 썼다. 물론 걔는 좀 다른 마음이라, 진심으로 싫은 마음이 든 적이 없어서 예시가 딱 맞진 않다.

인간의 몸은 자신을 방어하도록 설계되어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정신 없이 분노하는 내 모습이 싫어도,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느낀 감정과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 정도도 약과였다. 한 번 만났거나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은, 돌이켜 생각했을 때 '아 그정도까지 그럴 일은 아니었는데' 싶은 적이 많았고, 아끼던 사람에게 배신감과 서러움에 그런 경우엔 '그 정도도 정도껏 한 거다' 싶어서 이후에 추가적으로 더 뭐라하고 싶었다.

보통 후자가 나에게 상처로 남는다. 소중했던 사람을 상처 줬다는, 그리 끝냈다는 아픔이 생긴다. 이래나 저래나 다 막을 수가 없었어서 자책의 마음은 안 생기는데, 아픔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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