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걔에게 세컨 카톡으로라도 연락하고싶은 충동이 든다. 이 충동으로 말하자면, 정말 인간의 3대 욕구와 같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한 36시간 안 재우고 침대에 눕히고 자지 말라하거나, 안 먹이고 맛있는 고기 앞에 두는 거 같다.
그런데 어떻게든 다스린다. 나는 이게 정말 죽도록 신기하다. 이게 무슨 수로 다스려지나. 도대체 얘는 뭐길래 ADHD를 이렇게 다스리나. 폭발할 거 같은 감정, 충동 이걸 어떻게 이렇게 통제되게 하나. 아무도 날 그렇게 못 했다. 지구 상 누구도 가능하게 한 적 없다.
그냥 욱하는 것도 아니고, 벌써 2년 가까이 묵어온 하고 싶은 말이기에, 이게 다스려지는 게 신기하다. 이 충동이 자제되는 그 과정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정말 아프게 울어야 넘어간다.
그게 가장 심하던 때는, 특별한 이벤트들을 앞두고서다. 올해 세컨 카톡을 만들었다. 그래서 올해 3월 걔 생일, 4월 발매, 5월 발매, 8월 발매, 그리고 지금 9월 신곡 발매를 앞두고 정말 크게 아팠다.
'아니 지금까지 낸 곡도 5곡인데 그거라도 들어보라하면 되지 당장 연락하면 안 되나'하다가, '신곡 나오면...'하다가, 상대방이 암묵적으로라도 거부 의사를 계속 보이는 이 시점에서 다른 카톡으로 보내는 건 정말 아니라고 누르는 게 눌러진다. 그 서른 번 정도는 진짜 고통스럽게 울고 막았다. 말이 안 된다.
다른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비정상적으로 내 뇌를 고문시키는 행위다. 이건 ADHD 사회화 훈련이 아니다. 고문이다. 남들에겐 '상대방이 거부하는데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가 겪는 신체, 정신적 반응이 매번 상상 그 이상이다.
그 고통을, 남자들이 임산부 체험하듯 내 뇌를 빌려줘서 체험시킬 수만 있다면, 나는 백명이면 백명 내가 도대체 어떻게 버티며 살아있는 거냐며 이해 받을 자신이 있다. 종종 ADHD가 인내심이 없는 거 아니냐 오해 할 수 있는데 아니, 뇌를 바꿔 끼워보면 정말 인내심이 미쳤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중력 가속도 훈련하는 그런 것도 떠오른다. 인간이 중력 이겨내는 느낌이다. (다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감도 못 잡는 거 같으니, 반 강제적으로 표현력이 발전해온 것 같다. 진단 받기 전에는 세상 95%가 나랑 다른 뇌를 가져서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야 세상이 날 이해하는 건줄 몰랐다. 그냥 감수성 풍부한 줄만 알았다.)
영국에서 방금 돌아와서 그런 것 같다. 차라리 소튼에서 힐링했으면 좋았을 것을, 걔랑 있었던 곳을 온전히 느끼고 오질 못해서 너무 아쉽다. 가슴 한 켠이 전혀 충족된 기분이 아니다. 소튼 호텔을 안 잡았던 건, 내가 나를 아직도 너무 몰랐다. 가장 큰 실수였다. 그나마 2주 동안 3번을 방문해서 다행이다.
어떻게 이렇게 일관되게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이 보고 싶어서 기절하게 아플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고 하는데, 더 감당 안 되게 심화 된다. 하늘이 작정하고 내가 얘 빼고 또래는 다 싫게 만드는 건지 원망스럽다. 원래는 지속적으로 걔가 상처 줬던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 그건 8월 중순 되어서 멈췄는데, 그때까진 진짜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고통이 잔잔바리로도 자주 치고, 크게도 자주 쳤다. 지금은 평소에 다 괜찮다가 크게 팍 친다.
마음이 혼자 계속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감당이 안 된다. 사귄 적도 없는데 무슨 부부도 아니고 부모자식 수준으로 내가 장기도 다 떼어 줄 기세다. 가끔 기도하는 말을 보면, 이건 정말 가족 사이나 할 기도다. 나도 내 마음이 감당이 안 되니, 그래서 상대가 ADHD이길 바라는 거 같다. 물론 그런 거 같다는 심증이 많다만, 같은 ADHD인이어야 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걔는 진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다 느끼고 정말 많이 괴로울 거다. 그게 회피로 빠져버린다해도 이해가 된다.
신곡 영어 제목은 생각했던 대로 'Farewell'로 하였다. 나는 과연 무엇과 작별 인사를 나누게 될까. 어느 쪽이든 그게 나의 '고통'과 작별하는 것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