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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이게 나인 걸 어떡하나

by 이가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영국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고 있다. 영국 호텔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매우 답답했다. 심지어 한 호텔은, 하루 30분만 무료고 이후 유료였다. (한국은 저렴한 모텔도 와이파이는 무료 아닙니까.) 용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와이파이가 있어야 했다. 영상은 미리 다 호텔에서 편집해두었다.


오늘은 본머스 호텔에서 출발하여 기차역까지 걸어가는 길, 두 개의 학교 캠퍼스, 사우스햄튼 시내, 그리고 기차 타고 다시 본머스로 돌아가는 길까지 하루 여정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이번 영상은 특히 말이 많다. 영상에 볼 게 없는데, 그저 주절주절거리는 모습이다.


내가 하는 행동행동 하나에 이미 내 삶에서 없어진 사람 의식되는 게 너무 보인다. 예를 들어, 영상 설명에도 '저는 즉각 즉각 제가 느끼는 생각, 감정과 깨달음을 누군가와 공유해야 '숨 쉬고' 사는 ADHD인이라, 평소에는 친구에게 카톡을 와다다 보내거나 브런치에 와다다 글을 썼는데요. 이번에는 카메라를 켜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영상을 통해서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라고 썼다.


왜인줄 아는가. 벌써 거의 2년 전, 2023년 12월에 파리 갔을 때 얘기다. 처음으로 브이로그 찍는 것에 재미가 들렸었다. 그때는 브이로그 채널도 따로 해보고자, 다른 채널에 브이로그를 올렸다. (지금은 그냥 '이가연' 채널에 통합하여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무슨 카메라대고 말을 하냐며 핀잔을 줬다. 기분 엄청 상했었다.


그러니 저렇게 영상 설명에, 그래야 내가 '숨 쉬고' 산다고, 그렇지 않고 사는 거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적어둔 거다. 의식하지도 못하고 저런 말들이 댓글에 적히고, 뒤늦게 생각해보면 '아 저 쌍노무새끼 때문에 내가 다 해명, 설명하고 사는 거 같아' 싶다. 왜냐하면, 내가 적는 이 모든 'ADHD' 글은, 그냥 걔 하나만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근본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네, 과거 사람들이네 하지만,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냥 걔 하나다. 걔 하나만 알아주면, 한국이 아무리 ADHD를 몰라줘도 아무 상관 없이 한국 산다.


뭔가를 느꼈는데, 그걸 메시지든, 글이든, 영상이든, 뭔 수단이 됐든 간에 바로바로 남기고 공유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화장실 가는 거랑 똑같다. 뇌를 거치지 않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화장실이 당장 없다면, 조금 참을 순 있지 않은가. 사실 그게 영상이다. 당장 카톡할 사람 없고, 걸어야하니까 글을 타이핑하기도 힘들어서 영상으로 주저리한 거다. 일단 나는 입 밖으로 뭘 내뱉어야 살기 때문이다.


그런 특징을 알아야 아래와 같은 글을 더 이해할 수 있다.


덧붙여, 15분 44초부터 웨스트키 나오는데 이 악물고 말하는 거 같아서 웃프다. "보통 누구 만날 때 저기서 만나곤 했는데요"하는데, 나는 분명 저 말을 뱉을 때 몰랐는데, 말투가 저래서 걔가 보기에는 '나 찔리라고 말하냐' 싶을 거 같다. 아니, 몰랐는데 나도 모니터링하니 아는 거야.. 보통 사람들은 뭔가 다 의도를 가지고 뇌를 거치고 생각이란 걸 하고 말과 행동하겠지만, ADHD인은 다르다.. 걔가 이 수많은 글 중 어느 글을 보게 될지 모르니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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