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에서 메일이 왔다. 11월에 불꽃 축제 하니까 보러 오라는 메일이다. 2023년에 사우스햄튼에서 하는 불꽃 축제를 보러갔어서 온 메일로 보인다. '응 나는 이제 여의도 불꽃 축제 있지롱' 하면서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다. 여의도 불꽃 축제가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리도 난리인가 싶어서다. 얼마나 서울에 평소 볼 게 없으면... 소튼 살 때는 툭하면 기숙사 창 밖으로 불꽃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 보일 때도 가끔 있었다.
유럽을 오래 있던 것도 아닌데, 이것이 문제다. 한국에 별 감흥이 안 생긴다. 도파민 분비가 잘 안 된다. 나는 특히나 도파민 결핍에 취약한데,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도 심장 뛰게 살 수가 있을까.
사실상 옆동네 일본이라도 자주 나가는 것, 그 정도로 돈 쓰기 어려우면 공연 볼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한국은 돈이 안 들고 도파민이 터진다면 사람도 미어터진다. 정말 극혐한다... 런던이 아무리 대도시라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그 정도는 아닌데 서울은 조그만한 도시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서 불만이다..
아니라면, 일일 봉사를 가곤 했다. 정기적으로 가야하는 봉사는 이미 있어서 더 추가하긴 부담스럽지만, 하루만 가는 봉사는 재밌었다.
돈이 조금 드는 거라면, 전시회도 있다. 내 취향이 확고해서 마음에 드는 전시도 잘 없지만, 일 년에 몇 번은 간다. 영화관은 잘 안 간다. 이제야 ADHD 탓이었던 걸 알았는데, 아무리 영화가 재미있어도 자꾸 핸드폰 시계 보게 되고 스킵을 못하니 힘들다.
그 외에 이번에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다. 얼마 전, 소튼에서 사온 '서울 여행 책'을 아무데나 펼쳐서, 펼쳐진 두 쪽에 나온 곳을 가는 거다.
방금 처음 해봤다. 여의도 지도가 나왔다. 정확히 지도에 내가 사는 곳이 있다. 오늘은 집에만 있으라는 뜻이다. 집에서 불꽃 축제가 보이는지나 봐야겠다. 불꽃도 안 보이는데 시끄럽기만 하면 가만 있지 않을 거다... (벌써부터 어디선가 밖이 무슨 비행기 엔진 소리마냥 시끄럽다... 교대 살 때는 법원, 여의도 살 때는 국회의사당, 하여간 가끔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