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ADHD와 드라마, 영화 시청

by 이가연

드라마를 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방금은 어떤 여자가 임신을 했는데, 여자는 애를 낳을 생각이 없는 장면을 봤다. 남편은 우리가 동반자인데 함께 생각이라도 해보면 안 되냐 하고, 여자는 벌써 생명체로 보는 거냐고 한다. 아무리 스킵해도 장면이 계속 되고, 저 갈등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니 바로 껐다. 그런 장면을 보면 내 일처럼 화가 난다. 지금 적으면서도 화가 난다.


나는 지구가 무너지는 거보다 내가 임신하는 게 더 무서운 사람인지라, 이중 삼중 사중으로 대비를 할테지만, 그래도 너무 몰입이 된다. 내가 애를 안 낳는다고 했으면, 결혼을 했든 지구가 두 쪽 나든 안 낳는다는 뜻이다. 내 몸인데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가치가 없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거기에 태클을 걸면 얼마나 죽이고 싶을까 상상에 스트레스 받는다.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고, 나는 저 드라마 속 등장 인물이 아닌데 벌써 뇌가 전쟁 준비 태세다. 아니, 세상에서 내 여자 빼고 중요한 게 없는 사람하고 결혼해야지 저런 남자랑 왜 결혼했나 싶어서 등장 인물이 좀 많이 바보 같다.


그래서 드라마, 영화 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몰입해서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서 가장 보기 편안하고 좋았던 드라마가 응답하라, 슬의생 시리즈였다. 응답하라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 시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드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How I Met Your Mother'이다. ('프렌즈'와 비슷하다.)


스킵이 필수다. 잠깐이라도 관심 없는 장면, 불편한 장면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본 영화, 드라마라고 한들, 절대 안 본 장면이 존재한다. 그 씨앗만 나와도 스킵 눌러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갈등에 스킵을 누르는 것이 아니지만, 정말 그 찰나에 확 스킵하는 반사가 나온다.


ADHD 감정 과몰입이다. 그래서 내가 만일 ADHD인과 만나거나 결혼을 한다면, 상대방도 힘들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거 하나하나에 너무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오빠처럼 ADHD 기질이 있는 사람만 대화가 통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진단 내려질 정도인 사람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상상력이 크다못해 멈추질 못한다. 자동이다. 내 안에서 상상이 참 큰 스트레스를 만든다. 스킵은 즉각 반응이다. 뇌가 그걸 못 견딘다. 회피가 습관화되어있다.


하지만 이는 장점도 있다. 그만큼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에는 깊이 몰입한다. 다만 이건 장점보다는 단점이 좀 더 불편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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