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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마산 밤바다'를 생각하며

by 이가연

원래 '추가 수입'이 생기면 2월에 영국 간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갔다 와서, 영국에 아주 정이 떨어졌다. 고로, 2순위로 넘어갔다. 신곡 발매다. 다만 전에 '올해 또 곡을 내는 게 좋으냐'라고 타로를 봤을 때, 소드3 마상 카드가 나와서 조금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곡 발매를 해서 해가 될 게 뭐가 있겠나. '너 진짜 그만하라고 무섭다고' 연락이라도 오겠나. 그건 바라는 바다. 물론 그걸 진짜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반응 없는 상태보다는 전부터 매우 매우 바라는 바다. 싫어하는 것만 확실히 알았으면, 작년 여름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사실 어젯밤 꿈에 나의 불안이 반영되어 나왔다. 꿈에서 걔가 바로 길 건너 1분 거리 여의도에서 출퇴근을 하고, 나를 싫다 못해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나왔다.

다음 곡은 필히 '거짓말의 이유'를 낼 거라고 해왔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당사자가 싫어할 거 같아서 못 내겠다. 가사를 요약하면 '너 이 자식아 너가 당시 여자친구한테 막 다 거짓말하고, 지금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는데 너 잘못도 절반이야.'다. 얘가 겁나게 뭐라고 한 다다음날 쓴 곡이다. 2월 6일에 나에게 엄청 뭐라 하셨고, 7일에 저격곡 1, 8일에 저격곡 2가 나왔다. 고오맙다.

그 저격곡 1,2는 발매곡 후보에서 제외한다. 너무 직격이라, 본의 아니게 욱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 곡은 정말 걔가 뭐라 뭐라 했던 당시 감정이 담긴 곡이다. 지금 감정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고른 곡이 '마산 밤바다'다. 이 곡은 무게 있는 고백이 주를 이룬다..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쓴 곡이니, 가장 지금 내 마음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5월, 여수 갔을 때 썼다. '여수 밤바다' 노래는 이미 있으니까, 마산도 갖다 붙이면 참 재밌겠다 싶어서 바로 나왔다. 이 곡도 가사도 멜로디도 참 구슬프다.

이 곡은 특이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쭉 뱉어서 나온 곡이 아니다. 작곡 노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곡은 후렴부터 입에서 나왔다. 1절을 A-B-C 파트로 나눈다면, C-B-A 순서대로 기록이 되어있다.

나는 이 중에 B파트가 압도적으로 마음에 든다. '자꾸만 이 바다를 찾아 먼 걸음 하게 되고 / 그 걸음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아서'는 완전히 마산에 혼자 두 번 갔을 때 내 심경이 담겨있다. 서울 사람이, 연고도 없는 마산을, 국내에선 도저히 마음 붙이고 쉴 곳이 없다고 남의 고향을 자꾸 찾으며, 어찌 마음이 가벼웠겠나. (이거 원, 계속 사극 봤더니 사극 말투 같다.)

그다음 가사는 이렇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너에게 닿으면 / 천 리 길이고 걸어서 널 찾으러 갈 텐데' 너 잘 걷지도 못하시잖아요.. 사실 저건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닿는다는 게 확실하다면, 날 갈아서라도 더 노력할 텐데'라는 속마음이 담겨있다.

유튜브 영상을 더 올리면 올릴수록 알고리즘에 뜰 확률이 당연히 티끌만큼 높아지겠지만, 그게 도무지 너무 희박해서 걔가 진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안 볼 거란 생각에 종종 너무 힘 빠지기 때문이다.

내 미니 1집을 듣고, 비록 아무 반응도 안 했지만 속으로 울림이 있었단 걸 알았다면, 올해 영국에 아예 안 가서라도 2집을 냈을 것이다. 확실하다. 그래서 나의 저 가사,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너에게 닿으면'은 어떻게든 간접적으로 닿으려고 했던 지난 1년이 전부 담겨 나온 가사다.

다음 주 마산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사진사님이 고향 본가 가시는 거라 정확히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컨디션이 멀쩡하지 않다. 시차 적응에 통상 2주가 걸리니, 다음 주까지다. 내일 저녁에 공연이다. 내일은 좀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일주일 내내 오후에 겨우 일어나서도 빌빌거렸다. 이번 달 공연만 4개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

조급해하지 않고 몸을 추스른 후, '마산 밤바다'로 내 길을 이어가겠다. 그 길의 끝이 있긴 할지, 나는 아직도 눈물이 먼저 앞서지만, 이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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