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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by 이가연

'호로스코프벨린' 카드는 과거 수업을 들은 3개의 덱 중 하나다. 그래서 가진 카드 약 30개 중 제법 잘 읽는 편에 속한다.

이 카드는 정말 소름 돋게 도움이 된 예시가 하나 있다. 영국에서였다. 기숙사 방 키를 잃어버렸다. 재발급엔 30파운드라 했다. 30파운드면 당시 환율로도 거의 5만 원이다. 그런데 필히 내 방 안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방에 들어오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로 도움을 구했다. 한 장 뽑았는데, '선물' 카드가 나왔다. 그게 뭔 소린가 싶어서, 타로 교재도 꺼내 들었다. 정답은, 택배 상자 안에 떨어져 있었다... 당시 택배 상자를 분리수거함으로 사용해서, 이런저런 뭐가 많아서 못 본 거다.

너무 소름이 돋아서, 앞으로도 이렇게 활용해야겠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왜냐하면, 일반 웨이트 덱으로는 도저히 택배 상자 안에 떨어져 있는 걸 유추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선물' 카드는, 그림도 상자처럼 생겼다.

오늘은... 걔가 도대체 어디 사는지 봤다. '이걸 타로 본다고 알까?' 싶지만, 택배 상자 맞췄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봤다. 다만 그때랑 이건 많이 다르다. 그때는 '방 안'에 있다는 게 확실했다. 하지만 얘는 지금 한국인지, 서울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내가 서울이라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얘 질문은 다 틀린다.



조이, 협상, 열정 카드가 나왔다. 조이 카드 보자마자 홍대가 떠올랐다. 오락, 유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협상 카드는 더 어렵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뜻이 있어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정말 회사가 많은 곳이려나. 거래, 계약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대체 어디지. 열정 카드는 '화' 에너지가 강해서 보자마자 '강남구?' 싶었는데, 찾아보니 강남구, 은평구, 양천구가 화 기운 구라고 한다.



여자친구 있는지도 봤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진짜 타로 잘 보는데 얘 관련 질문만 다 틀리니 단순 재미다. 이번엔 유산, 우울, 정열 카드가 나왔다. 확실히 있다는 그림이 아니다. 있었으면 금성 카드가 나와야 한다. 이 카드덱은 카드마다 행성이 있는데, 금성은 연애와 즐거움을 상징한다.

오랫동안 공들인 일을 상징하는 카드와, 스트레스 카드가 동시에 나왔다. 그렇다면 이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받는 거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뜻도 있는데, 그건 카드가 진짜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음은 있다. 연애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생각과 번민이 많다. 약간 욱하는 경향도 있다.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속마음을 봤다. 상승, 협상, 까치 카드가 나왔다. 여기 중에 상승 카드가 그나마 괜찮다. 나를 자기 자리에서 서서히 잘 발전하는 사람으로 보는 거 같다. 이상이 높고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인간관계, 연애 운에서는 관계 발전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주변 카드가 그다지 긍정이 아니라서 조심스럽다.

까치 카드는 부정 카드라서 말 안하련다. 협상 카드는 앞서 언급했듯,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뜻이 있는데, 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떡하나. 얘가 카톡이나 인스타를 해서, 여자친구 사진이나 디데이라도 걸어놓는 애면, 이러지도 않았다.

나쁘게 말하면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에 보니, 보험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서 조심하라고도 한다. 그렇게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얘는 언제든지 날 좋아하니까.'라는 마음으로 기고만장하고, 딱히 갈 데 없어서 나에게 오는 사람이라면, 내가 금방 알아본다. 내가 바라는 관계는 명확하다. 그냥 사람을 바라는 게 아니다. 걔가 아직 성장이 더 필요하거나, 아니면 둘 다 성장이 필요해서거나, 어느 쪽이든 하늘의 뜻을 믿고 있다.

'마산 가면 나에게 좋을까'도 봤는데, 또 협상 카드가 나왔다. 희한하다. 각기 다른 질문임에도 계속 나온다는 건, 이 카드가 지금 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 뜻이다. 답답하로다... 또 문득 '아니, 이런 거 맞추면 걔가 진짜 꿈에서처럼 나를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인연이 아니든, 아직 아니든 한 거다. 딱히 슬프게 생각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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