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의 핵심 키워드는 '자기 표현력'이다. 이건 커리어에서도 보인다. 나에 대해 설명하는 기술이 늘었다. 일단 내 공연이 크게 '디즈니, 올드팝, 자작곡'으로 나뉜다는 것을 정리했고, 공연의 특징을 줄줄 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음악'은 어떨까. 나의 자작곡은 남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먼저 '가사는 슬픈데, 멜로디는 밝은' 오묘한 곡들이 있다. 데뷔곡 'Rest In Peace'부터 그랬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사람들이 가사가 슬픈지도 모르게, 마냥 해맑게만 불렀다. '착해 빠진 게 아냐'부터 그 '씁쓸함'을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그런 너라도'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런 너라도'는 이미 멜로디부터 마냥 밝지 않고 그리움의 향수를 자극한다. '나만 이 노래가 실화 바탕이라서 그런가' 싶어서 가사를 못 알아듣는 외국인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왠지 모르게 슬프고 누군가를 그리워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참 애증 덩어리다. 한국도, 영국도, 가족도, 심지어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싹 다 애증이네.' 싶었는데, 그게 다 노래에 표현이 되고 있다. 내 노래엔 그 이상한 씁쓸함이 있다.
그리고 실화를 갈아 넣었다. 2016년 데뷔곡 'Rest In Peace', 그다음 곡인 '너란 사람', 다다음곡인 '기다림의 끝' 다 실화였다. 중, 고등학생 때 짝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짝사랑, 실화, 가슴 아픔 그게 내 곡의 뿌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나는 내 실화를 공개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상대 실명만 공개 안 하면 될 거 아닌가. 내 짝사랑이고 내 거다. 사람들도 '이게 이 아티스트가 슬픔, 아픔을 승화한 방식이구나'하고 느낄 것이다. 내 발매곡들은 '어떤 곡을 내야 인기를 끌까'하는 트렌드에는 관심 없고, 그냥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은, 곡들이 대부분 2분 또는 3분 초반대로 짧다. 이렇게 쇼츠가 전 세계를 지배하기 전까지는, 너무 짧다는 말들을 들어왔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2018년에 2분 11초의 곡을 내는 사람을 나는 못 봤다. 가수들 대부분 안 그러는데도 나는 곡 길이를 늘이지 않고, 내 고집을 지켰다. 2023년 '착해 빠진 게 아냐'는 2분 4초, 이번 1집 수록곡 '사랑해'는 심지어 1분 50초다. 예전에 나는 '비틀스 노래도 2분인데'라고 해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제니 노래도 2분 4초라 다행이다. 트렌드에 맞춰서 짧게 내는 것이 아니라, 전부터 곡을 늘 짧게 써왔다는 것도 특이점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