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페이었지만 최고의 공연이었다.
정기적으로 봉사 활동도 하는 마당에, 영국 가서는 뮤지션 대우도 못 받으면서 두세 곡 부르는 마당에, 무페이어도 괜찮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영국처럼 뮤지션 취급 못 받는 건 안 한다.
여기는 페이는 없지만 식사와 음료를 주신다고 하셨다. 한국은 원래 이게 기준이다. 당연한 거다. 내가 얻는 게, 유튜브 영상 말고도 있어야 한다. 친절한 직원, 최소 음료 제공하는 뮤지션 대우, 내가 즐거웠느냐가 기본 기준이고, 거기에 음향도 좋고 관객 반응도 좋으면 보너스다. 그런데 오늘은 만점이었다. 만점인 경우 잘 없다.
비건 식당인데 나는 완전 육식 파라, 사실 식사에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리조또도 맛있어서 다 먹었고, 디저트로 망고 샤베트도 주셨다. 공연 끝나고는 칵테일도 주셨다.
직원 분은 너무 친절하시지, 공연 대가인 식사와 음료도 맛있지, 나 매우 즐거웠지, 사장님이 음악인이시라더니 음향도 최고였지, 관객이 적어도 반응이 따뜻하고 좋았다. 가히 만점이도다... 그런 환경이니 노래 부르며 집중을 잘했다. 역시 집중은 내 노력도 노력인데, 환경이 도와줘야 한다. 환경이 냉담하거나, 무관심이면,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옥에 티가 있다면, 본 공연 때는 직원 세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공연이 끝나니 사람들이 왔다. 두 테이블이나! 아, 7시 반 시작이지만 사람 없으니 8시에 하자고 할까 말하려다가 안 했는데 후회했다. 한 번 더 할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미 술을 마셔버렸다.
공연이 끝났으니 성대가 이미 피로한 상태다. 술 마시고 또 부르면 목 아플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공연을 제대로 한 번 더 하고 싶었지만, 한 곡 부르니 이미 목이 아팠다. 그래도 추가 공연으로 4곡 더 부르고 내려왔다.
너무 호응을 잘해주셔서 부르는 맛이 아주 났다. 술만 안 마셨더라면 더 부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성대에 술은 쥐약이다. 술 먹고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면, 가수들도 목 아플 것이다. 지금 후두 마사지 해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공연 소감.
아, 오빠 보고 싶다. 관객이 별로 없다 보니까, 비하인드를 많이 풀었다. '나한테 겁나 뭐라 한 뒤에 써서 약간 저격의 성격을 띠는 미발매곡이다. 내려면 허락받아야 한다.' 수준의 비하인드는 잘 안 푸는데, 이게 다 브런치 때문이다. 사생활 푸는데 더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