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뭐든

by 이가연

ADHD 약 덕인가, 아니면 공간 덕인가.
모. 르. 겠. 다.

의사 선생님은 분명, 3시간 가는 약이라고 하셨다. 약이란 게 딱 3시간 갈 리는 없다. 하지만 노래를 불렀을 때엔, 약 먹은 지 5시간은 지났을 때다. 그래서 약효라고 보기도 좀 어렵다.

오늘 공간이 너무 좋았다. 왔을 때부터 편안했고, 맛있는 밥에 디저트까지 먹고 올랐으니 기분이 좋았다. 다들 열심히 들어주시는 게 다 느껴졌다. 그러면 집중이 안 되기도 어렵겠다.

그렇다면, 이건 다음 공연 때 알 수 있다. 다음 공연에도 ADHD 약을 먹어보는 거다. 다음 공연은 야외이기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될 것이다. 지난번에 여수 가봐서 안다. 야외는 내 집중을 깨트릴 수 있는 요소가, 너무너무너무 많다. 갑자기 옆에서 무슨 소리가 날지 모른다. 음악 소리가 겹칠 수도 있고, 매너 없이 큰소리를 와락 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크게 방해를 받지 않고 잘 부른다면, ADHD 약 덕인 셈이다.

내가 노래 부르면서 이렇게 집중 못 하는지 몰랐다. 영국에서 이미 알긴 알았는데,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집중하고 불렀을 때와 전혀 딴생각만 하면서 불렀을 때, 내 기분부터 매우 다르다. 듣는 사람은 별 차이가 안 날지 몰라도, 어차피 공연은 일차적으로 내가 만족해야 한다.

오늘 공연은 전반적으로 다 집중해서 부를 수 있었다. 그중 이 곡은, 공연 가기 전에 쓴 글에서 언급하였듯, '감정의 가드를 좀 내리고' 불렀다. 음원을 들으면, 슬프게 부르지 않았다. 슬픈 가사인데 안 슬프게 부르는 게 더 슬프게 들릴 것이다 생각하며 녹음했다. 하지만 오늘 라이브에선 그냥 마음껏 슬프게 불렀다. 그래도 좋은 것 같다.

약이든 공간이든 상관없이 오늘 그냥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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