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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응원이 필요하다

by 이가연

인터넷이든 유튜브든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포기하지 않고 구애해서 성공한 에피소드는 많이 보인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건 하나도 안 보인다. 영국 오빠도 그랬다. 이 분은 친구, 지인이 삼천 명은 되실 것 같은 분인데, 나 같은 여자는 처음 봤다고 했다. 다 그냥 좀 하다가 포기한다고 했다. 지금 내 짝사랑 기록 보면 어메이징하다. 노래 6곡 발매하기, 혼자 걔 고향 2번 내려가기, 고향 탐방 포함 보면 찔릴 영상 86개 올리기, 글은 분류를 '이 사랑'에 안 했어도 언급한 거 다 포함하면 300편 넘을 것이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그런 에피소드는 안 보이는 게, 여자는 안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남자는 여자랑 다르게 한 번 아니면 끝까지 아니라서 그런 건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여자는 뭐 마음이 약해서 처음엔 아니었어도 스멀스멀 넘어가고, 남자는 죽을 때까지 아닌가. 죽을 때까지 아니면 진작 말해줬어야 한다. 작년 여름이고 가을이고, 올해 봄이고 여름이고, 이제 너도 그만해라 한마디만 했으면 언제든지 내 인생이 바뀌었다. 이런 글을 다 본다면, 진짜 사디스트인가. 나르시시스트인가. 나의 괴로움, 너의 즐거움이냐.

'나는 절대 아닌가. 절대 여자로 안 보이나.' 생각을 얼마나 수도 없이 했겠나. 이건 그나마 훠이훠이 보내기 쉬운 불안이다. 왜냐하면, "니는 절대 아니다. 이미 끝났다. 니 벗은 몸 생각하면 토할 거 같다" 식으로 말이 안 뱉어진다. 당연한 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당사자가 읽는다면, 내가 그런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미안할까. 기억도 못 하려나.)

이것도 영국 오빠 덕에 알았다. 당연한 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국 오빠는 신부님 같은 존재야.'라고 하지, 걔가 그랬던 것처럼 막 과장하고 강조하지 않는다.

힘이 되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분이 여자분을 위해서 2주에 1번씩 무박 2일로, 영국에서 한국을 6개월 동안 오가셨다고 했다. 처음엔 여자분이 안 나오고 싫어했는데, 결국 그렇게 2주에 1번씩 만나다가 결혼하셨단 이야기였다.

상황이 다르다. 그래도 공항에 나오신 거고, 그런 다음에 쌍방의 상태에서 6개월 오가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나라도 그 경제력만 있다면 했을 것이다. 영국 오빠 말로는 사랑에 있어서 원랜 이 분이 1등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내가 이 분 거의 이겼다고 했다.

세상에 한 명만 응원해 주는 기분인걸. 이 매거진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응원해 주시는 걸까.



'이 오빠 말고 모두에게 집착, 스토커로 보이는 건 아닐까. 당사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내가 쟤 이름 넣고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구글링을 몇 시간을 했는데, 스토커 같지 않을까. 학교에 석사 논문 읽을 수 있는 방법 없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했으니 정말 참 부끄럽다. 얘 때문에 한국어에서 그 '집착'이라는 단어가 너무 불편해졌다. 칠판 긁는 소리마냥 그 단어가 싫다. 저 오빠만 찐사랑이라고 해준다.


이게 다 저 응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휴대폰 고장 이슈로 한 달 반 정도를 일주일에 한 번 카톡 되어서 그렇다. 원래는 하루에 한 번은 카톡으로 응원해줬다.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니... 응원이 필요 없도록 되었으면 좋겠다.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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