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점프 실력

이제 고마 좀 해라~

by 마들렌

은비가 스크래처 위에 다소곳이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 너머 바깥세상에서는 천둥이 치려는지 우르르릉~하며, 마치 오토바이가 시동을 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왔을 때는, 얌전하고 착하게, 어슬렁거리며 다녔는데...

지 방에 넣어놓으면, 밤에도 조용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밤부터 야옹~야옹 울어재끼더니, '우다다'를 하면서 사방을 쏜살같이 쫓아다니는 바람에 한밤중에 아랫집에서 놀랠까 봐 몇 날 며칠을 노심초사하며 보냈던 적이 있었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난 뒤, 많이 차분해졌다. 동물병원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아이가 좀 성숙해진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이상한 소리도 덜 내고, 우다다도 덜 와일드(wild)해진 것 같았다.


존재감을 뽐내듯이 뿜어대는 야옹이 털은 또 어땠는지... 털과의 전쟁에서 기겁을 하고서는 침실에 울타리를 하나 세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넓은 공간은 냥이에게 허락해주고, 내 침실만은 나만의 영역으로 사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나마 울타리를 세우고 난 뒤로 고양이 털 뭉치는 간간히 바람에 쓸려서 한두 뭉치씩 나타나곤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참아줄 만했던 것 같았다.


카펫과 거실의 소파 위에는 고양이 털로 소복하게 덮이게 되었다. 그래서 선배 집사들의 조언을 수렴하여 강력한 돌돌이도 여러 개 준비하게 되었고, 소리가 덜 야단스러운 진공청소기가 필요해서 로봇청소기를 큰맘 먹고 들이게 되었다. 로봇청소기 '비비(가명)'는 첫날엔 비리비리하더니, 다음날에는 전체 공간 구조를 확인한 후, 소파 아래와 이방 저 방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청소를 잘~ 해주었다. 내 걱정을 말끔히 걷어내주는 것이었다.

[120cm 울타리 앞에서]


울타리(안전문)를 설치하기 위해서 인터넷 서핑을 몇 날 며칠 한 결과, 120cm 높이의 울타리를 구매하고 나서야 나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3개월 여가 지난 휴일 어느 날, 밥을 먹고 있는 내 눈앞에서 아이는 너무도 가뿐하게 울타리를 뛰어넘더니 나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안돼~!

나는 내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야 했다. 방문을 계속 닫아두면,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갑갑한 냄새가 나기도 했으니까. 음음음...???


현관 중간 문의 높이가 150cm인데, 그 높이는 아직 넘지 않으니, 인테리어 벽돌을 몇 개 구입해서 높이를 좀 올려보면 어떨까 하여, 벽돌을 몇 장 구입하였다. 아이를 잠시 다른 방에 있게 한 후, 작업을 시작하였다.


30여분을 뚝딱뚝딱하다가 정리가 되고 나서, "짜짠~" 하고 보여주니, 냥이는 약간의 한숨을 쉬는 것 같더니 웬걸, 내가 "뛰어봐!" "뛰어!"라고 말하자마자, 가볍게 점프를 하더니 146cm를 뛰어올랐다!!!


[벽돌 2단을 쌓아 146cm 높이로 올린 문 앞]


오 마이갓!

이런 젠장, 이 자식은 밥 먹고 점프 실력만 키운 거야?

(물론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차라리 본능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캣타워의 높이가 165cm인데 그건 이제 식상해진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왜 저렇게 그 방엘 들어가려고 애를 쓸까?

미지의 세계? 재미난 게 있나? 그냥 집사가 있는 공간이니까 함께 있고 싶어서?


내 침실에는 작은 베란다가 딸려있다.

거기에는 은비가 오면서 쫓겨난 식물들, 여러 개의 화분들이 모여있다. 그곳에 모여 있으면서 그나마 초록색의 이파리를 마음껏 온전하게 뻗어내고 있는데, 이 녀석이 들어가서 호작질(저지레)을 해서 다 쏟아버리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나는 그곳을 지켜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곳은 나만의 기도방이기도 하였다.

성화가 있고, 초와 촛대도 있고, 향을 피우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이 아이에게 놀이터가 될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이기 했다. 내 집에서 다 내 것인데, 넓은 공간은 녀석이 활보하게 두고, 나만의 공간을 가지려는 것이 사치일까?


고민을 하던 중에 김치 냉장고가 들어온다고 하여 중간문을 해체하였다.

벽에 세워놓은 150cm 문짝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낑낑대며 침실 문에 갖다 대어 보았다. '이것으로 바꿔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곧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작업을 하던 날이 몹시도 무더운 날이어서 에어컨을 켜 놓았고, 시원해진 뒤 다른 방으로 아이를 가게 하였다.


좀 더 높아진 울타리를 쳐다보면서, '설마 이 높이를 뛰어넘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마무리한 후, 방문을 열어주어 나오게 하였다. 시원한 바람이 잠시 차단되었던 터라 후덥지근한 바람과 함께 투덜거리는 야옹이는, 마치 '아휴~' 하면서 쏜쌀같이 거실로 달려 나왔다. ㅎㅎㅎ...


"더웠니?"

"야옹~ 야옹" (무지무지 더웠다고요!) 하고 대꾸하는 것 같았다.

[높아진 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녀석]


침실 문 앞에서 "자, 뛰어봐, 뛰어! "

하자, 아이는 눈앞에 펼쳐진 높이에 조금은 놀란 듯 머뭇거렸다. 은비가 과연 이 높이(166cm)를 뛰어오를까?


오~예!

은비는 세 번을 뛰어올랐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일단은 안심이다. 하지만, 아직 1살도 안된 놈이 점프 실력은 어찌 이리 좋은지...


은비의 튼튼한 뒷다리 때문에 고양이가 넘을 수 있는 높이가 과연 몇 m인지 인터넷 서핑을 해 보았다. 고양이 품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1.5~2m까지 가능하다는 자료를 읽었다. 안전문(울타리)을 구입하려고 서핑을 했을 때도 1.5에서 1.8m짜리가 있는 것을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았다.


아직 성장 중인데, 높이뛰기 선수를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였다.(ㅎㅎㅎ...) 잠깐 해체한 중간문을 보수해야 하니, 당겨 쓴 울타리 부족분을 또 구매해야 되겠다.

[은비 왈, 미지의 세계가 저기 있는데...]


은비야, 고마 좀 해라. 엄마 통장이 텅장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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